1990XX 새소설 14
김아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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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산아 제한 정책이 시행되고 태아의 성별을 알아낼 수 있게 되자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한 여아 낙태가 활발회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여아 낙태를 막가 위해 2005년 생명윤리법 제정으로 수정 및 착상 단계에서 아이의 성별을 감별하는 출산을 엄격히 금지시켰다. 가장 자연적인 남녀 비율은 105:100, 즉 51.22:48.78 이다. 그러나 한국은 1980년대 중반 ~2000년대 중반 태어난 신생아 성비에서 최대 116.5라는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 즉, 해당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 사이에서 심각한 남초현상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는 장손을 원하는 사람들의 남아 선호 사상과 정부가 인구 억제를 위해 산아제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이 겹쳐지면서 일이 커져버린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출생 전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게 되면서 남아선호사상에 의한 여아 낙태가 중산층에서부터 성행하여 신생아 성비가 점차 붕괴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1980~9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범띠, 용띠, 뱀띠, 말띠 여자는 재수없고 인생이 험난하며 팔자가 드세서 시집을 못 간다"는 미신이 있었다. 1990년생 백말띠 여아들에게 이 미신은 더 잔인하고 강하게 적용되었는데, 이때의 성비가 116.5이다.

이책의 주제가 바로 1990년 성행하던 여아 낙태 사건이 주 이다. 마지막줄의 1990년생 백말띠 여아들의 미신이 이 책의 줄거리를 만들어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책에서 다룬 주제가 남아 선호 사상에 저자의 상상력을 가미시켜 만든줄 알았는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있던 일을 주제로 장편소설을 만들어냈다는게 이책에 대한 첫 관심을 만들어주었다. 1990년은 미신으로 인해 집단 낙태를 실제로 옮겼던 년도를 뒤에 이어 붙은 XX는 여자아이의 성염색체를 가리킨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한 사건이나 토막 난 시대성이 아니라 지금까지 끊임없이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병렬화된 현재이다. 작가는 이러한 1990년대의 특이점에 단편의 이야기가 여러가지의 토막난 형태로 구성되어 있게 해놓았지만, 책을 다 읽고 덮으면 이 여러가지의 이야기가 하나의 큰 이야기로 구성되는 구조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런 구성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고 처음보는 소설의 구성형식이라고 생각했다.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갔다가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공간적 구성이 아주 자유롭게 구성되어 저자가 근본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러한 소설속에 녹여내었다. 1990년대에 무분별적으로 낙태된 여자아이들에 대한 애도를 담으면서 이시대의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을지 구성해두었다.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과 장르로 주제를 담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팩트는 강하게 전달하며, 소설의 형태로써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부분이 매우 재밌었고 인상깊었다.

1990년의 백색말띠 괴담은 저주가 되어 여아 집단 낙태라는 사회적 괴물을 만들어내고, 1990XX소설 속 미래인 2084년에 이러한 저주가 다른 형태로 여전히 지속된다. 우리나라의 옛미신중에 하나로 삼신할매가 점찍어둬서 선택되어 아기가 생긴다는 미신처럼 아무나 태어날 수 없는 생명에 선택되어져 살해를 당하는 말띠의 여자아이의 생명들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타까운데 이러한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어 미래에는 어떻게 우리들에게 작용하며, 완전함과 정상에만 집착하는 사회상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도 담긴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기이하면서 불친절하고 어둡고, 차가운 소설의 이야기지만 우리는 이소설에서 우리나라의 어떤 과거적 사실이 담겨있는지 파악해야할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소설을 읽으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수 없으며, 이소설은 단순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애도하고 받아들어야하고 생각해보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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