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
청민 지음, Peter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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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어렸을때 부터 자주 떠났다가 돌아오는 삶을 살았다. 동네에 정이 붙기 시작할 때쯤 꼭 전학을 갔다. 친구들에게 잘자내라며 인사를 하고, 교실을 완전히 나올 때면 한 동네서 나고 자란 그 애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들은 나와 다르게 꼭 동네에 단단하게 심어진 존재 같았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르고 알았다. 나는 한 동네에 심어지진 못했지만, 가족의 사랑에 단단하게 심어진 사람이라는 걸.

P.7 프롤로그 中


<좋은걸 보면 네 생각이 나>는 브런치 구독자 1.3만명, 전체 누적 조회수 200만 기록을 가진 작가 청민의 신작 에세이이다. 브런치에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분들이 너무 많은데 나도 이작가분의 글을 구독해서 읽었었다. 작가 청민의 문장들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저자의 유년시절부터 20대까지의 그가 여행했던 낯선 지역들에 대한 일상의 가치를 그의 시각으로 풀어내었다. 때로는 순수하고 때로는 방황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는 순간순간들이 담겨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순간과 사람들은 지나고 보면 우리에게 추억이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살면서 행복이 필요한 순간마다 홀로 영화관을 찾곤 했다. 유년 시절의 즐거운 기억 덕분일까. 캄캄한 극장엣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폭풍처럼 출렁였던 감정들이 어느새 잠잠해졌다. 까만 어둠속에서 홀로 반짝이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나는 잠시 내 삶의 주인공이란 자리에서 벗어나 영화 속 주인공 들의 삶을 구경하는 관격이 되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어떤 부담도 지지 않아도 되니까.

P.15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됐다.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할 수 있으려면 돈이 든다는 사실을. 입장료를 지불하고 여행 경비를 내고, 시간과 돈을 쓰면서 말이다.

P.23


언제부턴가 나도 혼영을 보는것을 좋아하게 된것 같다. 영화를 볼때 나도 저자처럼 현생을 벗어나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몰입되어 보는데 로맨스영화를 볼때는 사랑받고 사랑하는 주인공이 액션영화에서는 악역과 대결을 하는 히어로가 되기도 한다. 가끔 너무 영화에 몰입이 되면 영화속의 빌런에게서 화가 치밀어올때도 있는데 이는 영화에 너무 집중해서 그런거겠지 싶다. 또한 여행을 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겠지만 그만큼 돈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눈물이 나기도 한데, 어쨌든 모든 여행의 순간들에게는 돈이 들지만 우리는 그때의 순간의 기억과 추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초등학생때 해리포터라니 나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처음 불의잔을 보러 영화관에 갔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가 해리포터라면 어떤 기숙사를 쓸까 상상해보기도 하고 해리의 친구들이 나의 친구들이라면 어떨까 생각한적도 있었다. 그리고 나도 세미 해리포터 광팬으로써 저자가 다녀가 해리포터 시작된 곳들의 모습을 보면서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해외여행을 가고싶은 마음이 커졌다.


낮선 나라에선 외로움과 고단함이 쉽게 쌓였고, 그럴 때마다 맥도널드에 갔다. 여유가 있는 어떤 날엔 빅맥 세트를 돈이 없는 어떤 날엔 감자튀김 하나만 시켜먹으면서 매일 같이 까만 발자국을 찍어댔다. 그럼 어디선가 대걸레를 가지고 온 점원이 닦아주던 나의 발자국. 점원에게 내 발자국은 지워야 할 수많은 발자국 중 하나였을 테지만 그가 닦은 건 사실 발자국 모양을 한 나의 작은 외로움이 었다는 걸, 지나고서 알게 되었다.

P.33

평소에 나는 이상하게 인간관계만 걸리면 유난히 힘들어했다. 뭐든 귓등으로 흘리는게 잘되지 않아서, 어떤 말은 금방털어내지 못하고 서운해도 괜찮은 척하곤 했다. 몇날 며칠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건 아니었다면 아무에게도 작은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한때 이유없는 미움을 받아서였을까.

p.43

호주여행을 잠깐했을때 맥도날드에서 슬러시 콜라를 엄청 먹었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 코코넛 음료까지. 한국에서 가끔 슬러시콜라나 코코넛음료를 보게되면 그때의 기억이 난다. 호주여행의 단 몇개월의 기억으로 매일의 오늘을 살아간다. 그때는 힘들고 외로웠는데 이제 생각해보면 더 있다가 올껄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또한 나도 저자처럼 인간관계에 자주 힘들어한다. 모두와 잘지내고 싶은데 내 마음의 공간이 좁은탓인가 생각이들기도 한다. 인간관계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빠는 내게 자주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떠나는 건 더 잘 돌아오기 위해서야." 여행을 떠나기 전엔 떠날 수 밖에 없는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결국 우리에겐 돌아갈 각자의 자리가 있다고. 내게 주어진 하루를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이란 틈을 삶의 중간 중간에 두는 거라고.

p.96


조용하고 정적이고 누군가 보면 때로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온 것같은 저자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일상을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저자의 감정들을 담아낸 에세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것 같다. 띵언이다 라고 느끼는 문장들도 많았고, 공감이 되어 다이어리 한귀퉁이에 적고 두고두고 보고싶은 문장들 투성이었다. 앞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나에게 여행을 하고 싶은 의지를 불태워주는 돋아주는 책이기도 했다. 항상 함께하고 있어 소중함을 잊었던 가족에 대한 생각도 하게되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아야지.


*출판사 '상상출판'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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