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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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모양을 한 햇빛 그림자가 발끝에 닿았다. 늦은 아침이면 내 방에 소리없이 스며드는 하얀색 그림자. 직사각형 모양의 그것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길어졌다가 짧아졌다.
p.9

"모두 다 같은 시간을 쓰고, 같은 시간 안에 살고 있으니까."
p.27

그 생각은, 그가 사라진 뒤에 남겨질 내 입장에서 나온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왜 나는 그 반대 경우를 생각해 보지 못한 걸까. 내가 먼저 사라진 뒤에 남겨질 그를, 그가 겪게 될 고독과 슬픔을 왜 생각해보지 않을 걸까.
p.194

트라우마로 인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인 정해진은 그의 주변에는 어딘가 하나쯤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불면즘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 외출이 싫어 배달을 달고 사는 게으른 극작가, 비행기를 못타게 되어 한국에 눌러앉은 영국인, 매일 편지를 넣는 초등학생, 수녀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동갑내기 배우 지망생등 다양한 이상한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맴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라고 생각되는 이상하지만 불안한,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위로의 시간들을 담은 장편소설인 <얼마나 이상하든>이라는 제목의 이책은 정말 이상한 상황들과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설의 시작부분부터 뜬금없고 이상하게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점차 읽다보면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놓은 이야기임을 알수 있게 된다. 어딘가 이상하지만 정말 괜찮은 이야기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관계가 나타나며, 슬픔과 희망을 품고 사는 개성적이고 독특한 사람들의 등장함으로 저자는 정말 이상한게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묻는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항상 우리들에게 보통의 존재가 되도록 인식시켜주는 것 같다. 물론 이제는 독특한게 문제가 아닌 , 개성있는 세대들이 많이 있는 시대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독특하고 개성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로 몰아지는 사회였던것 같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정말 맞는것인지, 개성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인지 소설속 등장인물들로 이야기해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처받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살아내가야 한다. 세상이 우리에게 규정짓는 이상함이란 정말 이상한 것들일까, 이책을 읽다보면 그것들이 우리가 만들어 낸 괴리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해진은 이웃들이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그 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분명 소설속 이야기지만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것 같다고 느꼈다. 잔잔하지만 어딘가 우리에게 교훈도 준다.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사회가 정해놓은 평범함만이 평범함이 될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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