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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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불의의 사고로 30여 년간 함께 살던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아내는 살아생전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함께 했으면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코이카 국제봉사단에 지원해 카라칼파크 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곳을 여행하며 아내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녹여냈다. 인생에 대한 퍼즐을 다시 맞추고, 새롭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어 다시 한국에 귀국했다.

이 책에 담긴 사진들은 여행가이자 사진작가인 강석환의 작품이다. 주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바이칼, 조지아 등으로 여행을 다닌다. 콴이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블로그 '콴타 스틱 여행 가게'를 운영 중이다. 저자의 글과 강석환 사진작가의 사진들의 조화가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떠나며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담아내었다.

아내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저자의 마음에 글 속에 보인다. 모든 이별은 슬프고 힘들다.

저자는 봉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을 통해 힘과 위로를 받고 풍경을 통해 아픔을 치료받는 듯해 보인다.


1장 나는 떠났다

2장 나는 그리워했다

3장 나는 걸었다

4장 나는 가르치고 배웠다

총 4장들의 목차들로 무작정 길을 걸으며 사무치는 그리움을 잊어보려고 했던 용기를 시작으로 봉사를 위해 떠나, 타국에서 아내를 그리워하고, 봉사를 하며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그곳을 걷고, 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그들에게도 인생의 무언가를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시간들을 보여준다. 각장의 소제목들이 저자의 외로움과 그리움 속의 생각과 마음들을 보여주는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지내면서 그곳의 풍경도 보여준다. 거리 위의 모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속에서 그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들 또한 볼 수 있었다. 저자의 생각과 마음들을 담은 글들을 읽다 보면 인생에 대해 앞으로의 그리고 지나온 과거의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어렸을 때는 주변의 어른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0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나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요즘은 그냥 어떻게 살지 걱정하기보다는 하루하루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커졌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시대를 접하면서 더더욱 그러한 생각이 확고해지는 것 같다. 나태주 시인이 극찬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남편, 아버지, 가장 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한 여자의 남자로서의 모습으로 사별을 한 후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내었다. 이 책으로 외국여행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여유로운 마음을 얻었던 것 같다. 저자 또한 코로나 때문에 계획했던 것보다 좀 더 빠르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코로나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제는 언제쯤 안정화될지 앞길이 안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 더 우울하고,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잔잔하게 우리의 마음들을 어루만 주어 주는 인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천천히 인생을 걷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지만 막상 없으면 아쉬운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손톱깎이가 그렇다. 손톱은 깎아야겠는데 아무리 찾아도 손톱깎이가 없을 때 무지막지하게 올라오는 짜증지수를 감당하기 힘들다.

p.25 <주소지에는 삶의 숨결이 녹아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기억의 영역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상상의 영역이다. 다가올 새해에는 내 앞에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가를 상상하다 하루가 오고 가고, 한 달이 오고 가는 일상의 반복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문득 맥이 풀렸다.

p.62 <기억과 상상>

환한 달빛이 쏟아지는 이런 밤엔 나도 잠이 달아나서 온갖 상상의 그림을 그려 달빛 창문에 내다 걸곤 한다. 어떤 그림은 선이 뚜렷하고, 어떤 그림은 원근이 조화롭고, 또 어떤 그림은 여백이 넓어 마음이 쓰리다.

p.64 <달빛을 여백으로 색을 칠하는 시간이 좋다>

우체국 앞 벤치에 앉아 북극성으로 보내는 편지를 썼다. 화단에는 여러 가지 꽃이 피었고 바람은 꽃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었다. 꽃과 바람과 서늘한 가을 햇볕이 서로 어우러진 장면 몇 장을 사진 찍어 편지에 동봉했다. 이 편지가 언제 북극성에 도착할지 알 수 없다.

p.91 <북극성으로 보내는 편지>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전합니다. 사랑한 당신, 안녕!

p.95 < 당신의 치아 세 개>

꽤 오래전부터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때로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살아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에게 묻기도 했고, 때로는 세상 구경을 다 하고 다니면서도 어떤 미련이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에게 묻기도 했다.

p.109 <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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