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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저자 레이첼 조이스는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99년 드라마 작가가 되었다. 브론테의 소설들을 비롯한 고전을 각색한 라디오 드라마 20편을 집필했고, BBC 라디오 2에서 드라마 시리즈 각색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7년 bbc 라디오 극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다가 <헤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라는 작품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 소설로 올해의 신인 작가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멘 부커 상 후보에도 올랐다.
목차는 A 면, B 면, C 면, D 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1998년 1월, 1998년 2월, 1988년 봄, 2009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주인공 프랭크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함께 하며 자라온 환경에서 살았다. 특히 집안이 온통 엘피판으로 쌓인 곳에서 자라와서 처음으로 음반가게를 열었을 때도 엘피판으로 가득한 음반가게였다. 프랭크가 손님들에게 음악을 추천해 주는 방식은 조금 특별했는데, 그 이유는 손님들과 몇 마디를 나눠보면 어떤 음악을 추천해 줄지 떠오른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려면 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알고 사랑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랭크의 내면은 음악으로서 존재한다. 음악의 극히 일부분만 들어도 무슨 곡인지 알아내고, 허밍만 듣고도 무슨 노래인지 제목을 맞힐 만큼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랭크가 추천해 준 노래를 받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프랭크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여준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함께 자라온 프랭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뮤직 숍을 열게 된다. 생전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LP 판만을 취급하는 뮤직 숍으로 말이다. 그리고 프랭크는 손님들의 여러 가지 사연을 듣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위로가 되는 곡들을 소개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랭크가 운영하는 음반가게 앞에서 한 여성이 기절해 쓰러진다. 그리고 서로의 눈빛을 통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어느 연인들처럼 사랑을 하게 되지만 또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21년 다시 여자는 프랭크가 운영하는 음반가게를 다시 찾게 되지만 다들 떠나고 없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내가 여기서 줄거리를 다이야기해버리면 재미가 없을 테니까. 물론 주제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뻔한 사랑 이야기만 담은 소설과는 다르게 음악의 이야기도 담겨있으니 음악의 배경이나 내가 모르고 있던 곡들을 알게 되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마음은 돌보지 못한 프랭크가 불쌍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음악과 사랑을 비유하는 묘사가 인상 깊었고,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이야기의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는 곡들이 소제목으로 쓰여있어 좀 더 매력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책이었다.
나도 프랭크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 인생에서 음악이 없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허밍을 듣고 노래의 전주만 듣고 곡을 맞추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장르가 딱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듣고 싶은 장르를 찾아듣는다. 남들에게 인기가 많은 좋은 곡들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좋은 곡을 찾아내서 듣고 주변인들에게 추천하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곡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가사에 위로받고 용기를 자주 얻는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서로 좋은 곡을 추천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프랭크의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에 그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고집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1988년 때쯤은 이제 LP 판이 아닌 CD가 유행이 되어가는 시기였다. 그래서 금전적으로 어려운 LP 판만을 고집하는 프랭크가 바보 같았지만 또 이해가 되었다. 지금은 다시 복고나 빈티지의 유행으로 LP 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말이다.
프랭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가고 음악과 프랭크의 삶을 조화롭게 비유하여 표현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음 따뜻해지는 이 <뮤직 숍>이라는 소설을 추천해 주고 싶다.
사랑은 번개 치듯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야. 사랑은 느닷없이 등장해 큰 울림을 주는 바이올린 연주가 아니야. 사랑은 오랜 마음의 습관이야.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신발을 신듯 사람들은 사랑을 입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야.
"자네가 음악을 들었을 때 받았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면 일사도 좋아할 거야. 오늘은 어떤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생각인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