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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 ㅣ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단편의 잠속에서 끼어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침묵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기형도, [바람은 그대 쪽으로]
한겨례문학상 수상 작가 박서련의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첫번째 소설인 '호르몬이 그랬어'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없이 접할수 있는 기획의 시리즈 이다. 박서련작가는 여성인물의 삶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다채롭게 표현해내는데 이책 '호르몬이 그랬어' 또한 여성의 삶을 다양한 등장인물과 이야기들로 표현해냈다.
따뜻하지만은 못한 냉랭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동세대의 청년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어쩌면 자서전같은수도 있고, 소설일수 도 있는 이야기들 속의 사건들이 나열되서 좀 더 현실성을 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제목' 호르몬이 그랬어'는 이책의 한부분중 모친과 주인공 사이에 어떠한 호르몬의 고리가 잇어 그부분을 보이지 않게 연대하고 경쟁하고 있기에 둘의 생리주기 사이의 호르몬 탓을 하는 것같은 느낌의 제목이 글들와 어울린다는 것을 이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낄 수 있었다.
이책속에 드러나는 세편의 소설들이 주로 지배하고 있는 계절은 '겨울'인데, 이러한 배경으로 좀더 각박하고 쓸쓸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것같았다. 결론이 따로 있는것은 아니다. 모호한 우리들, 미완성된 오늘과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가는 감히 아무나 이해할수 없도록, 연속된 세이야기의 주인공이 동일한 등장인물이라고 느낄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애매모호하지만 그 모호함속에서 공감을 이루는것들은 우리에게 먹먹한 감정을 주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애인이란 역시 일종의 비정규직이므로, 가능한 처우였다는 결론에 곧 다다랐다.
네가 되고 싶은 나는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너를 안아주었다.
기형도가 뼛속 깊이 체감한 끈질긴 겨울은, 유난한 습기는 차치하고 시리고 광폭한 바람과 한기만 고려하면, 백석과 윤동주가 살다 간 한반도 북부와 그 너머의 날씨에 더 걸맞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