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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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 한편으로 그해의 문학상과 올해의 책을 석권하며 전 세계 34개국을 사로잡은 작가 트렌트 돌턴의 데뷔작이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장편소설로 여섯 살 이후로 말을 하지 않는 엘리의 형 오거스트와 성장해나가는 성장기를 담았다. 주인공인 엘리벨은 어른의 마음을 가진 열두 살 소년이다. 범죄 기사를 쓰는 기자를 꿈꾸며 살아간다.

엘리벨과 오거스트 벨은 프랜시스 벨과 로버트벨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이다. 하지만 로버트 벨은 캠핑 중 사고를 낸 이후 가족들을 떠나 혼자 살아가고 있고, 프랜시스 벨은 라일과 살고 있다. 라일은 엘리의 새아빠이다. '휴먼터치'의 정비사로 일하며 부업으로 마약거래를 한다. 프랜시스를 마약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자 마약에서 빠져나오게 한 구원자이다. 프랜시스벨은 변호사 같은 훌륭한 사람을 꿈꾸었지만 마약에 빠져 인생이 꼬였다.

그 밖의 인물들은 아서 슬림 홀리데이라는 엘리의 베이비시터와 프랜시스를 몰래 좋아하는 라일의 단짝 친구 테디 칼라스, 엘리의 동창인 대런 당, 엘리의 새아빠인 라일이 근무하는 회사 대표인 타이터스 브로드, 그의 부하 이완 크롤, 엘리의 펜팔 친구 알렉스 버뮤데스,그리고 마지막으로 오거스트가 푸른 하늘을 종이 삼아 끄적이던 단어의 주인공인 케이틀린 스파이스가 주요 등장인물들인데 이 인물들의 특징과 간략한 소개를 읽고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을 추천한다.


책의 표지는 몽환적인 색깔로 나무와 새와 소년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표지를 걷어내면 원래의 책의 표지가 나온다. 나는 이표지가 더 마음에 들었다. 베일에 싸인 어떤 인물 그리고 엘리의 가족들에게 엮인 이야기들의 숨겨진 비밀들을 뭔가 수풀에 갇혀있는 느낌을 보여주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장편소설로 인물들 사이의 사건과 관계들을 탄탄하고 자세하게 엮었다. 표지의 일러스트에서도 느끼듯 스토리텔링 또한 강렬하고 문학적 은유가 많이 쓰였다. 띄지에 쓰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제제라는 인물에 비유하며 팍팍한 현실 속에서 너무 빠르고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열두 살 소년 엘리의 이야기를 2021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같은 느낌으로 소개하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목차의 구성을 살펴보자면 소년~ 하다로 시작한다. 엘리와 오거스트를 중심으로 각각의 이야기들이 흘러가고, 마지막 목차만이 그녀로 시작한다.

소년을 구한 그녀는 누구이고, 어떠한 우주 속에 갇혀버렸을까. 엘리의 성장환경을 보자면 어쩌다 벌써 어른의 마음이 생겼는지 눈치챌 수 있다.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현생에 찌든 사람이지만, 책 읽기도 좋아하는 아빠와 한때 훌륭한 사람을 꾸었지만 마약에 빠진 엄마가 있다. 형은 엄마가 아빠에게서 도망쳤을 때부터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 그때 오거스트는 6살이었다. 엄마가 어떤 일에 심하게 빠져 한눈을 판 사이 우주가 형의 말을 훔쳐 갔다고 말한다. 엘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베이비시터인 슬림 할아버지는 사실 전설의 탈옥 왕이다. 엘리에게는 교도소에서 터득한 지혜를 알려주기도 하며 토요일엔 교도소에 부칠 편지를 함께 쓰기도 한다. 이러한 주변 인물들이 있다면 엘리가 지켜야 할 형과 가족들 때문에 빨리 철이 들어버려야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엘리의 가정환경이 나에게 처했었다면 나는 내 삶을 비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엘리는 절대 그렇지 않는다.

엘리는 모든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마저도, 나쁜 사람이 어쩌다가 나쁜 사람이 되었는지, 좋은 사람은 누구인지,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면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선들이 있다면 엘리는 그러한 편견을 배제하고 어떻게 해야 세상을 좋게 바라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더 하는 것 같다. 엘리의 좋은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방해하고 무시하려는 듯이 엘리에게는 많은 고비와 시련이 닥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엄마와 새아빠의 이야기가 나오고, 중반부는 엘린에게 닥치는 시련들이 나오고 후반부 즈음에는 엘린의 아빠의 이야기가 나온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초반 부분을 지나면 중반 부분부터는 이해를 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문장들이 의미하는 반전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책이 두껍더라도 엘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엘린의 순간순간들과 그의 우주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위태로운 삶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순수한 엘리의 이야기를 보며 처음부터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사회를 바라보는 그동안의 행동들, 시선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어쩌면 장편소설이기 때문에 그리고 성장 스토리이기 때문에 지루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책이 두꺼워 집중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촘촘하게 엮인 스토리텔링들이 이야기를 더 파헤치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의 문학적 은유가 이 소설의 매력에 좀 더 빠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내 왼손의 엄지손톱에 떠오른 우윳빛 달을 볼 때마다, 슬림 할아버지의 자동차 앞 유리에서 닦여 나간 알록달록한 묵은 먼지가 떠오를 것이다.

p.15

항상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걸, 그냥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도 형이었다.

p.23

그 시절의 엄마는 무당거미였다. 거미줄이었고, 나비였다. 사파이어색 날개를 퍼덕이며 산 채로 거미에게 잡아먹히는 푸른 호랑이 나비.

p.45

그렇게 한참 버텼다면 우리는 모두 바위로 변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이아몬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p.61

이야기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한 문장.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라는 이 문장은 이 소설의 중간중간 계속 등장한다. 그리고 이 문장과 얽힌 베일에 싸인 인물 케이틀린 스파이스도 말이다.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표지의 일러스트 속 솔 새는 이 소설 속에 어떠한 모습이고 누구일까.

엘리의 시련과 고난이 비극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또 다른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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