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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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권여선 작가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상처와 일상의 균열을 해부하는 개성 있는 작품세계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분이다. 다양한 소설집을 내셨는데,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비자나무숲』, 『안녕 주정뱅이』, 『아직 멀었다는 말』, 장편소설 『레가토』, 『토우의 집』, 『레몬』, 산문집 『오늘 뭐 먹지?』가 있다.

이중 ‘레몬’이라는 도서를 읽어봤었는데 탄탄한 서사와 미스터리한 반전들을 보면서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토우의 집’은 삼악동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지는데, 삼악동에서도 아랫동네 윗동네로 나뉘어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윗동네는 삼벌레 고개라고 불리며, 아랫동네 사람들은 윗동네 사람들을 무시한다. 삼악동이라는 경사를 끼고 형성된 모든 동네가 삼벌레 고개에서도 재산의 등급과 등고선의 높이는 반비례하며 아랫동네에는 크고 버젓한 주택들이 많으며 자기 소유의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지만, 중턱부터는 주택의 소유자와 거주자의 관계가 복잡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제일 윗동네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집값이 제일 쌌지만 제집에 사는 사람들은 드물어 전세나 월세도 못내 일세를 사는 사람이 많은 동네였다.

이렇게 책 초반부터 우리나라의 과거 사회적 모습을 볼 수 있는 문장들이 쓰여있다. 토우의 집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들을 문장에 풀어낸 소설이다.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 속에 숨겨진 어른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게 권여선 저자만의 표현 방법인 것 같다. 스파이 놀이를 시작하여, 좋은 쪽과 나쁜 쪽을 아이들만의 시선으로 풀어내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려내어 복수하는 것이 과연 순수한 아이들만의 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야기는 처음부터 잔잔하게 흘러가 끝이 나지만, 그 속에 많은 생각과 교훈을 주는 것들이 함축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순수한 어린이들의 스파이 놀이와 어른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몰래 엿듣는 아이들, 그리고 중간중간 작게 휘몰아치는 사건들이 삼벌레 고개 마을 사람들의 일상 속에 역사적 비극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것들이 알고 보면 우리나라의 그때 시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의 성장통을 보여주며 그때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느낀 이 소설은 책을 덮고 나면 깨닫게 된다. 우리가 정면으로 바라보아야 할 그 시절의 고통들이었음을. 담담하게 풀어내어 더 먹먹한 기분을 들게 했던 소설이었다.

새댁은 웃으면서 아무리 존경하는 아버지 띠여도 호랑이에게까지 존대할 필요는 없다고 알려주었다. P.36

두 동창은 우물에 빠져 죽은 노처녀 자매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이좋게 한숨을 쉬었다.

P.83

옛날 거닐던 강가에 이슬 젖은 풀잎 사랑하네 아니 오리 언제나 오려나

아득히 지난날 가슴에 스민 꽃 그리워라 아니 오리 꿈속에 보이네

P.162

"난 죽어도 착한 사람 같은 거 안 될 거야. 돈 벌면 아주 그냥 한 방에 뭉개버릴 거야. 통장 집 같은 년, 우리 담임 같은 새끼, 다시는 말도 못 하게 아주 그냥 혀를 다 뽑아버릴 거야."

P.287

 

 

*출판사 '자음과모음'으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읽은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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