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갈 때까지 너를 기다릴 거야.
부디, 얼지 않게끔 中
변온 인간이 되어가는 인경과 직장동료 희진이의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인 <부디, 얼지 않게끔>은 사실 제목만 보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유추가 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의 인경이라는 인물은 여행사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희진이라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이 인물은 회사 내에서 상사들과 동료들 속에서 가십거리로 이야기가 나오는 인물이다. 인경과 희진 이 두 인물은 베트남 출장을 함께 가게 된다.
"바로 그거죠, 송 주임님. 송 주임님 엄청나게 깐깐한 사람인 거 사무실 직원들도 다 알고 다른 팀에 이미 소문도 쫙 날 정돈데, 그런 사람이랑 같이 다니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걱정 안돼요, 대리님은?"
p.20
송주임이라는 송희진이라는 인물은 회사 내에서 깐깐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장이 현재 회사 내의 실제 풍경을 보여주는 듯했다. 회사에서 연간 직장인 따돌림은 매번 발생한다. 통계적으로 나온 수치보다 더 숨겨져 있는 것이 더 많은 시대이다. 요즘은 노동법이 있어서 신고를 할 수 있지만 선뜻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을 것이다. 나도 따돌림을 경험했었고, 한 분한테만 얘기했던 일이 다음날 회사 전체에 소문나 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장편소설이라는 소재 '변온 인간'을 주제로 가지면서도 현실 반영을 하며 현실에 대한 비판도 담겨있었다.
송주임이 유독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이었는데, 그것은 회사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져 이상한 소문으로 만들어 내었다. 인경과 희진은 베트남에 함께 출장을 가며, 희진이 소문대로 이상한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며,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베트남 출장을 함께하며 희진은 인경에게 특이한 점을 알게 된다. 인경 자신은 자신이 그동안 땀을 흘리지 않고, 더운 날씨에도 더워하지 않았음을 느끼며, 변온 인간인 것 같은 느낌을 희진을 통해 알게 된다. 소설의 시작은 희진을 주로 이야기하다가 인경이 자신이 '변온 인간'이라는 실체를 알게 되며 인경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베트남을 다녀와 '변온 인간'임을 알게 된 인경은 희진과 둘 사이에서만 당분간 알고 있도록 약속한다. 왜냐하면 이 둘이 다니는 회사는 상사와 주변 동료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아주 쉽게 남을 헐뜯고, 가십거리를 만들고 험담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온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로부터 혼란을 겪는 인경을 차분히 다독이고, 변온 인간으로 이 세상을 버티고 대비하기 위한 대비책을 하나씩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인경은 희진 씨라는 호칭이 희진으로 바뀌면서 두 사람과의 우정이 하나둘씩 쌓이는 모습도 보이게 된다.
조금 전에 저장한 송희진의 전화번호가 맨 위로 올라와 있었다. 수정 버튼을 눌러 '송희진 주임'에서 '송'과 '주임'을 떼어낸 후 다시 저장했다. '희진'이라는 두 글자가 주소록 첫 번째 줄에서 반짝였다 사라졌다.
p.46
"너무 허상을 좇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p.74
'노력 부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으로 끝나는 말을 하루에도 서너 번은 반복하는 곽 부장을 버텨내면
p.96
변온동물은 체온조절을 위한 열원을 주로 환경에서 얻는 열에너지에 의존한다. 변온동물은 체온과 외부와의 온열 교환이 신속하며, 신체의 내부 온도가 외부의 온도에 따라 변하는 동물을 말한다. 이 변온동물은 겨울이 되면 동면에 들어간다.
따라서 이 소설 속 인경도 '변온 인간' 이 되어간다면 겨울에는 분명 동면에 들것이라는 가정이 떠오르게 된다. 변온 인간의 정보들을 수집하며 또 한 번 제주도로 출장을 가게 된다. 이미 베트남에서의 경험으로 더운 온도에 어떻게 대처하고 버텨보는지, 변화는 어떤지 둘과 서로 확인해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둘은 서로에게 의지도 하며 변함없이 우정이 쌓여간다. 인경보다 한발 먼저 인경을 걱정하는 희진이 이젠 그녀의 곁에 있다.
자신보다 인경을 자신처럼 걱정해 주는 희진이 있어 인경은 더 이상 겨울이 두렵지 않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흘러가고 끝이 난다.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는 이 이야기가 궁금하면 읽어보기를 바란다. 난 변온 인간이라는 주제 속에 인경과 희진의 우정이 많이 와닿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특히 사회생활 속에서는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걱정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다. 각박한 세상도 그 이유에 한몫하기도 하고, 살아온 환경이나 시대가 다르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 도 있다. 난 이 책을 읽으며 첫 직장에서 만났던 대리님들이 생각났다. 신입으로서 사회생활 초년생으로써 나에게 많은 조언을 주시고, 따뜻한 응원을 주셨던 분들이셨기 때문이다. 그때 그분들이 있어서 사회생활에 좀 더 적응할 수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어 현재의 사회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나도 이 책 속의 희진처럼, 나를 거쳐간 사회라는 곳에서 만났던 분들처럼 따뜻하고 배려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출판사 '자음과모음' 으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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