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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황인숙 지음 / 달 / 2020년 10월
평점 :

4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해방촌에 살아가고 있는 황경숙 시인과, 옥탑방에서 자신의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낮과 저녁 시간에는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그 외의 시간에는 틈틈이 시를 쓰고 또 간간이 산문을 쓰는 그녀의 신간 <좋은 일이 아주 없는건 아니잖아>는 그가 그동안 써온 산문들을 엮은 책이다. 그간 펴낸 시집과 산문집들을 보면 꾸준히 고양이 이야기를 해왔다. 그만큼 고양이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이다.
고양이밥도 줘야하고 시도 써야하는데 , 이 두가지일을 균형있게 하기엔 쉽지않다. 주변에서는 고양이 밥을 주는걸 반으로 줄이거나 시쓰기에 시간을 들이라고 말을 하지만 어느하나 포기하지못하고 자신이 정한규칙에서 좀더 신경써야겠다고 느낀다.
1부 해방촌에서 / 2부 달려라 캣맘 / 3부 모든 것이 아름다울 뿐
총 3부로 이루어져 저자의 삶과 고양이이야기와 , 인생을 이야기한다. 해방촌사람들과 부대끼며 벌어진일들과 ,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일을 하면서 노숙자로 오해받았던 에피소드, 그리고 나이가들어가는 사람으로서의 생각들이 담겼다. 순박한 이웃들과, 길고양이와의 다정함을 엿보며 마음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일은 생각해보면 귀찮고, 금전적으로도 장기적으로 힘든일인데, 그일을 해방촌에서 살아가면서 40여년간 해왔다니 너무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나도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가족같이 끝까지 책임질수 있을까 고민이되어 아직 선뜻 함께 하지못하는데 저자 황인숙은 이렇게 생각하면 수많은 대가족의 고양이와 함께 하는게 아닐까 ?
책표지의 일러스트부터 따듯한 은행나무가 그려진 마을의 계단에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있고, 띄지에도 고양이가 뒤돌아 앉아있는 그림들을 보며 이미 어떤이야기로 산문을 시작하고, 이야기를 건네고 담을지 충분히 알수있는데 표지의 일러스트만큼이나 따뜻한 글들로 이루어져있다.
길고양이들과 사는건 어쩌면 외나무 다리를 비틀비틀 걸어가는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있기 때문이다. 아기고양이들을 던져죽여버린 사건, 캣맘들이 놓아준 길고양이들의 사료에 쥐약을 넣었던 사건들 등 뉴스나 기사에서 종종 이런 글들을 보면서, 화가치밀어오르지만, 그렇다고 그런사람들을 하나하나 설득해가며 살아가기에는 각자의 이유들이 분명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런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지만, 고양이들을 길에 내몰리게 한사람들이 제일 나쁜 사람들이다. 내가 애정으로 돌보는 반려동물에게도 100%의 정성과 마음을 표현하기란 힘든일인데, 그래서 나는 캣맘들을 대단하고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이책을 읽으며 더욱 느꼈다.
3부즈음엔 고양이들의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그녀의 인생의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고찰도 담겨있다. 자신의 이야기들을 덤덤하고 재치있게 이야기하는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를 읽으며 올겨울은 이책으로 좀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길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해질 테다. 여행지에서는 낮이 긴게 좋다. 더 많이 쏘다닐 수 있으니까. 밤도 말랑말랑하고 따뜻하겠지.
저 아름다운 남산이 가까이 있는 건 우리 소박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네에 큰 축복이다. 이이들과 더불어 숲의 정령을 되찾고 싶다.
비탈을 내려오면서 그들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오즈의 마법사'가 생각이 났다.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녹슨 양철 인간..... 나는 도로시가 아니라 그 셋을 합한 것 같은 인간이지. 도로시는 어디 있는가.
생각하느니, 나는 참 많은 사람의 선의를 입고 사는구나.
무엇보다도 슬픔과 외로움과 불안으로 식욕을 잃고, 살 의지를 놓아버린 채 집에 들어가고 싶어 호시탐탐 노리며 주위를 서성였을 테다. 제 살던 집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숨을 놓다니 그동안 살아도 산게 아니었겠구나.
밥벌이와 더불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을때, 대게는 '자아실현'을 포기한다. 살아 부지하는게 우선이고, 살자면 먹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