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쾌변 -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박준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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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고달픈 사람에게 "괜찮아 ,다 잘될 거야. 내가 네 상처를 토닥토닥해줄게" 같은 감성 터치는 실질적으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 다 잘될 거야" 같은 뜬구름 잡는 주문만 달달 왼다고 다 잘될 일 같았으면, 그건 어차피 다 잘되게 되어 있는 일이었으리라.

P.8 <오늘도 쾌변> 프롤로그 中 

저자 박준형은 1982년 낼 모레면 마흔이 되는 별볼일 없는 아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특별한 꿈이나 장래 희망없이 살았고 변호가사 되겠다는 생각 역시 한 번 도 해본적이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365일 시끌벅적한 서초동 주변을 9년째 맴도는 변호사이다.

수만 명에 달하는 이땅의 변호사중 1인이며 냉혹한 바닥의 생존 경쟁에 치여 살다보니 이러쿵저러쿵 하고픈 이야기가 제법 쌓였고, "사실 사정은 이렇습니다"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이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변호사라고 하면 일단 깔끔한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왠지모르게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이미지가 생각난다. 하지만 이책에 등장하는 변호사모습은 조금 다르다. 친절한 생활법률 상식이나 법조인의 심오한 철학, 혹은 드라마에서처럼 멋진 대사를 읊는 변호사의 모습은 이책에 없다.

다만 정의롭고 잘나갈 것 같은 삶 대신 ,심드렁한 표정의 고객님과 상대하다 마법같은 정신 승리에 함께 안도하곤 하는 , 나와 별 다를 것 없는 타인의 일과 일상을 들여다봄으로써 느끼는 어떤 생면 부지의 동병상련 같은 느낌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변호사라고 해서 멋지고 히어로같은 모습이아니라 조금더 자유롭고 친근한 모습으로 이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

결국 변호사도 월요병에 힘들어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중 하나인거같은 모습이 드러난다. 생각해보면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냉혹한 현대사회에 치여살다보면 하루하루가 별탈없이 보내지는것에 대해 안도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별 다를 바 없을 거같은 생각이 들었다 .

#프롤로그_여기 그저 그런 직장인 하나 추가요 5

I 생계형 변호사의 노동하는 시간

II 생계형 변호사의 현타 오는 순간

III 생계형 변호사의 반복되는 일상

#에필로그_생면부지의 동병상련 253

변호사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수 없는 친근한 소제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변호사는 안 되는 걸 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가인 김병로 선생(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께서 변호사로 부활하신들 안되는 걸 되게 해줄 수는 없다. 내가 변호사라서 안 되는 걸 되게 해줄 수 있었다면 나는 진작 만수르 뺨치게 돈을 벌었을 거고 진작 은퇴해서 1년365일 주점 골든벨이나 울리며 한량으로 살았으리라.

P.21

나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아니 이게 쫄고 말고의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징역을 세게 살면 구만리 같은 앞날에 여러 가지로 손해가 막심한데, 먹히지도 않을 상남자 허세는 내려놓으라'는 취지로 설득을 시도했다.

P.63

그래도 인심 좋은 이웃 피자집 사장님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조폭 피자 신메뉴 화끈한 선빵맛 출시'이런 거 어떨까.

P.67

그날 점심은 계획대로 대차게 녹색 이슬과 함께했다. 그런다고 똥 씹은 기분이 딱히 나아질 리 없었으나 뭔가 내 맘대로 하는 게 하나쯤은 있어야 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내 또래로 보이는 직장인 서너 명이 본부장인지 문 부장인지 하는 '개놈'의 연이는 허튼짓을 까발리며 더러워서 때려치운다는 다짐을 반복중이었다.

P.156

어디서 읽었는데 인간만큼 주위 환경에 빨리 ,잘 적응하는 동물이 없다고 한다. 이유를 살펴보자면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지능과 이성의 존재등 여러가지를 들더라만 , 아무튼 크고 잔뜩 주름진 두뇌 외에 특별히 빼어난 동물적 능력하나 없는 인간이 여태 번성하며 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빠른 적응력이 크게 한몫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P.183

돌이켜 생각해보니 변호사 노릇을 시작한 이래로 티셔츠 같은 건 거의 사질 않았다. '쇼핑=노동'이라는 이 나라 아재들의 흔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월화수목금금금 같은 직딩의 삶을 살다 보니 학생 시절의 옷은 거의 입을 일도, 살 일도 없어졌다.

P.197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본 탓일까,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의 변호사는 무겁기만 하고, 정이 없는 사람으로 알고있었다 .하지만 이책속의 변호사는 다르다. 왠지모르게 친근한 분위기와 재치있는 입담까지 더해져 변호사업무속에서 만난 다양한 일과 사람들에 대해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그려내었다. 어쩌다보니 변호사가 되어버린, 그일로 먹고산지 9년, 그냥 남들 직장생활하는 것터럼 심지어 자칭아웃사이더, 생계형 변호사라고 칭하는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노동자유족, 약쟁이와 사기꾼, 동네 불량배, 불법체류자등 '뭐 저런 인간을 변호하냐' 라며 맹비난을 받거나 '한것 도 없는데 돈돈거리는 변호사 놈'으로 후려치기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니 불쌍하기도 하고 뭔가 위로해주고싶었다.

변호사일을 하며 만난 에피소드들을 담은 에세이인데, 그속에서 변호사를 괴롭히는 이상한 다양한 사람들도 존재하고, 아직도 가오가 몸을 지배한 사람들이 있구나 .. 라는 생각과 변호를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되려 많은 위로와 교훈을 얻는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오늘도 쾌변>이라는 제목이 지어진 이유는 왠지 꽉막힌 매일을 유쾌하게 살아오며 오늘도 시원하게 하루를 뚫어버리는 사람이 되자! 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것이 아닐까? 변호사라는 삶을 유쾌하게 엿보고, 변호사도 한낱 우리처럼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똑같은 생계형 직장인과 비슷한 삶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런 면을 재밌게 풀어내어서 읽는내내 유쾌하고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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