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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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까짓것 죽기밖에 더하겠어"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이 말대로라면 죽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삶을 원하는 만큼 즐겁게 살다가 적당한 나이가 되면 '며칠 앓다가 죽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P.17

우리는 모두 늙어간다. 우리 또한 병듦을 피할 수 없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누군가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P.62

상대방의 의견을 묻지 않고 으레 그러려니 판단하는 독단적인 이해가 이들에게만은 유독 당연시된다. 기억을 잃었다고 감정까지 잃은 것이 아닌데,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하고 싶은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데.

문득 바다가 보고 싶다.

P.75

그가 빈 백지에 그리던 꽃과 글자들은 고스란히 내 마음 밭에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 마음 밭에서 자라난 씨앗도 활짝 피어나서 누군가에게 꽃씨가 되기를, 그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P.119

돌보는 이들의 인권은 어디에도 없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요양보호사의 질 낯은 처우와 인권에 대해 성토하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몇 줄의 댓글과 함께 곧 잊혔다.

P.131

한 사람의 노인이 죽으면 하나의 박물관이 문을 다는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내게 수십개의 박물관이 문을 열고 초대장을 보낸다. 나는 주저없이 박물관으로 걸어간다. 나는 그곳에서 구석구석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고 기록한다.

P.137

우리나라에는 70만명의 치매 환자가 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한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환자가 그렇게나 만다는데 우리가 길에서 우연히 치매환자를 만나기는 쉽지않다. 그 많은 치매환자는 다 어디로 간걸까. 이책의 저자 고재욱은 글 쓰는 요양 보호사이다. 강원도 원주의 한요양원에서 치매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매일 날마다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노인들의 삶이 안타까워 그들의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을 글로 기록하기 시작하였고, 그 글들을 7년간 카카오브런치에 연재했다. 저자가 한때는 사업의 실패와 마음의 상처로 노숙인쉼터에서 지내다가 노숙인들을 외롭고 차가운죽음을 맞이하는삶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다잡았다고 한다. 이후 일자리를 찾아 요양원봉사활동을 하던게 계기가 되어 요양보호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저자 고재욱이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던 분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이처럼 사람은 사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하고 선한영향력을 주기도 한다.

1부 _ 돌이켜보니 온통 아름다웠습니다

2부 _ 삶은 당신의 손을 쉬이 놓지 않습니다

3부 _ 기억은 잊어도 가슴에 새겨진 사랑은 잊히지 않습니다

4부 _ 깊은 밤일수록 별은 더욱 반짝입니다

5부 _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살겠습니다

이책을 읽으면서 자꾸 할머니 생각이나서 눈물이 났다. 이책의 저자처럼 할머니와 오래 대화할껄 하는 후회도 들었다. 모든 인간은 늙는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고령화의 나라가 되었다. 나도 몇십년 후에는 노인이 된다.

분명 요양원에 계신 노인분들도 우리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그들의 삶이 있었다. 젊은 이들은 죽음을 쉽게 생각하는것같다.(물론아닌 사람도 있지만) 나도 한때는 쉽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오래오래 살며 다른이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적당히 살다가 죽어야지 하는 그런마음말이다. 근데 이책을 읽으면서 그런 마음을 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가족도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기억을 하나하나 잃을 수도있다, 잃을것이라고 단정지을수 도 없지만 잃지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수도 없다. 요양원에서의 인생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글들을 읽으며 바쁜오늘 때문에 누릴 행복들을 미루며 살지 않아야겠다고 느꼈다. 수채화로 잔잔하게 그려낸 일러스트들은 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은의 그림이다. 노인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덤덤하고 따듯하게 그려내어 글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오늘할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것처럼, 오늘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우리나라 요양원의 실태에 대해서도 다룬 부분이 있다. 미국은 요양원의 환자가 100명이면 그들을 돌볼 수 있는 직원들은 200명이라고한다. 일본에서는 치매를 치매라고 부르지않고 인지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시설부터 용어 , 인식까지 요양원수를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분들과 환자들의 처우는 뒷전으로미루는 시스템의 밑낯을 보여주기도 한다.

2부의 첫번째 이야기는 치매환자의 시점으로 쓰여진 부분이 있는데 이부분을 읽으며 울컥하기도 하고 ,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내가 즐겨보는 웹툰중에는 <회춘> 이라는 웹툰이 있다. 이웹툰의 내용은 두번이 청춘이 오는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든 사람들은 중년이 되면 다시어려진다. 그렇게 결국 신생아의 상태로 죽게된다는 소재로 진행되는 웹툰인데 이책을 읽으며 이웹툰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미 지나가버린일을 다시 되돌릴 순은 없다. 앞으로의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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