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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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을 향해 물결처럼 일렁이는 애신의 마음을 노래한 사랑의 시 [연밥 따기 노래] 수록.
짧지만 불꽃 같은 삶을 산  허난설현의 인생이 담긴 시를 만나다!
마름이 간질거리다가도 이내 아프도록 한스러운 시
때로는 규방 여인들의 마음을, 때로는 장사꾼의 삶을 때로는 출정하는 병사들의 심경을 노래했던 요요한 꽃송이 같은 허난설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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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기획의도는 이러하다고 한다.
20세기 초 한성(漢城).
동양과 서양이, 추문과 스캔들이, '공자 왈 맹자 왈'과 '똘스또이'가 공존하던 맹랑한 시대.
'모던 걸' '모던 보이'들이 노서아 가비(커피)를 마시고 구락부에서 ‘딴스’를 추던 명랑한 시대.
잉글리쉬를 익혀 '초콜렛또'를 건네며 'LOVE'를 고백하던 달콤 쌉싸름한 낭만의 시대.
그러나 그 속에서 누군가는,  조국을 빼앗겨 이름을 빼앗겨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장렬히 죽어가던, 상실의 시대.
그리고 미국의 이권을 위해 조선(朝鮮)에 주둔한 검은머리의 미 해군장교 유진 초이(Eugene Choi)와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고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애신 애기씨의, 쓸쓸하고 장엄한 모던 연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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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허조희 선생은 조선시대에 우뚝한 여성 시인 이셨다고 한다.
사대부집 부인이며 성리학과 남성중심이던 조선시대에 요요히 빛나는  꽃송이 같은 시인이었다. 

 부유한 집에서 성장하여 훌륭한 문장가를 많이 배출한 집안에서 자라며 아버지 허엽의 영향을 많이 받아 기적같은 돌연변이 같은 시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탄하지 못한 결혼생활과 시어머니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며느리로 살며 어렵게 출산한 두 아이와 뱃속에 있는 두 아이 마저 잃고 난설헌은 극심한 비통에 쌓였고  아버지와 오라버니 마저 세상을 떠나버려 난설헌은 스물일곱 나이에 특별한 병을 앓고 있지도 않았는데 홀연히 세상을  버립니다.
뿐더러 죽기 전에 자신이 지은 시를 모두 불살라 달라는 유언까지 남겨서 참으로 안타까운 시인 이다.
하지만 시인의 아우 허균이 있었는데 어렸을때 부터 형들과 누나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고 기억력이 뛰어나 글을 외우는 재주가 있었는데 외우는 글 가운데에는 누이 난설헌의 글도 있었다고 한다 . 200편이나 되는 누이의 시를 외우고 있던 허균덕분에 하마터면 영원히 사라질뻔 한 난설헌의 시는 [난설헌집] 이라는 이름으로 엮여져 남아있습니다.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연밥따기 노래 ,허난설헌

허난설헌의 시중 가장 유명한 시라고 손꼽을 수 있을것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에서 나왔던 구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쪽면에는 연꽃의 그림과 한쪽에는 시가 써있어 그림과 글자의 조화가 너무 예뻤다.
한장 한장 책 장을 넘기면서 서로 각기다른 꽃의 그림과 허난설헌의 속삭이듯한 어투와  시의 조화 덕분에 시를 좀더 집중하고 읽을 수 있었다.


어둑한 창가에 촛불 나직이 흔들리는 밤
반딧불은 높은 지붕을 남아 넘네요.
깊은 밤 시름겨워 더욱 쌀쌀 한데
우수수 나뭇잎은 떨어져 땅에 굴러요.

산과 물이 막혀 소식조차 뜸하니
 오라버니 생각으로 시름을 달랠 길 없어요.
멀리 청련궁에 계신 오라버니 그리워하니
산기슭 다래 넝쿨 사이 달빛도 흐느껴요.

-하곡 오라버니 께 中

 

책의 뒷편에는 한시 원문도 있었다.
허난설헌의 삶과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태주시인은 그의 작품을 고르고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한시를 소담하고 편안한 현대인의 언어로 옮겼다.
오랜기간 교단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쳐온 시인의 순수함이 곳곳에 묻어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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