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 블랙 에디션]
미하엘 엔데의 책을 읽고 나면 다시금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그의 책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보면,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나의 어리석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용도로 꾸준히 읽는 도서이기도 하다. 그 작가의 대표적인 책으로 <모모>를 이번에 블랙 에디션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모모의 나이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어른들과도 잘 어우러지는 사람인 것을 보아 말을 잘 들어주는 아이이거나 혹은 상담사 정도의 수준을 가진 지성인이지 않았나 싶다. 모모는 항상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착한 품성을 가졌기에 그 아이 옆자리에는 언제나 따뜻함만이 남아있다. 그 인물은 주변 이웃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때로 본인보다는 타인의 인생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대조적으로 회색 신사가 등장한다. 모자부터 신발까지 심지어 서류가방까지도 그의 이름에 걸맞게 회색을 띠고 있다. 그들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목숨처럼 여기면서 세상을 아주 부지런히 산다. 그 모습이 마치 현재의 우리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미래를 위해 학생들은 쉬지 않고 공부하는 모습, 직장인들은 돈을 벌어 집을 사기위해 현직업 말고도 또다른 부업을 하는 모습, 은퇴를 했음에도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위해 일하는 모습. 이 행동들을 통해 그 때 누려야할 즐거움은 외면한 채 실질적인 나의 이득만을 바라보는 현대인의 모습에서 회색신사가 비춰졌다.
주인공과 반대되는 인물, 어쩌면 이 책에서는 악당이 될 인물이기도 한 그 자는 사실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하는 우리를 표현한 게 아닐까. 그럼에도 악역으로 비춰지는 것에는 한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모모가 어떻게 해결해 줄 지 기대하며 읽었다.
현재 4차 산업 혁명으로 수많은 콘텐츠와 플랫폼 발달로 우리에게 편리함과 시간 절약을 도와 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몹시 바쁘다. 시간 절약을 넘어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만 모색하는 오늘이다. 그럴 때야말로 미하엘 엔데는 우리에게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을 되집어준다. 바로 모모와 회색 신사를 통해서 말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모모. 아이인지 어른인지 모를 그 대상이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가르쳐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