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진 책이다.
옮기고 싶은 한줄이 많은 책인데.... 지금 이순간 읽으면서 꽂힌 부분은 고미숙씨가 쓴 글이 아닌 고대 그리스철학의 내용이다.
"젊을 때 철학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되고, 또 나이가 들어서 철학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일에는 이른 것도 늦은 것도 있을 수 없다. 철학을 아직 시작할 때가아니라고 말하는 자나 철학을 할 때가 더 이상 아니라고 말하는 자는 행복에 아직 도달할 때가 아니라고 말하거나 행복에 더이상 도달할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자와 같다. 따라서 젊을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사람은 철학을 해야 하며, 후자의 경우 신과의 접촉을 통해, 또 지난 날들을 회고하며 회춘하기 위해 철학을 하고, 전자의 경우 어리더라도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미래 앞에서 확고해지기 위해 철학을 해야 한다." - 에피쿠로스, 쾌락
고미숙씨의 명언도 옮긴다.
"현대인들이야말로 양생의 기술이 실로 절실하다. 자본주의 문명은 그 자체로 담음의 절정이다. 물질적 태과와 정신의 불급, 이 간극만큼 몸의 기혈이 막혀 있다.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이 잘 보여 주었듯이, 물질적 파괴력은 가공할 수준이지만 그것을 움직이고 조절하는 정신의 영역은 한없이 빈곤하다. 사람으로 치자면 엄청난 파워를 지니고 있지만 그 힘을 조절하는 마음의 근육은 형편없다 보니 자신의 힘을 오직 뭔가를 빼앗고 해치는 방향으로만 쓰고 있는 꼴이다. 이런 사람을 보면 누구나 위태롭다고 느낄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 문명의 초상이다."
"소위 정상인들이 불행이나 좌절을 경험하면 '누구나 다 그렇지 뭐'하고 말하며, 마음이 공허하여 삶이 지루하고 시시해질 때도 '이게 정상적인거야'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임상의학의 한계지점이다. 양생술이란 바로 이 한계지점을 돌파하는 것이다. 덜 불행한 것, 덜 고통받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존재가 통째로 자유의 시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것. 존재와 외부 사이에 공감의 지대를 확장해 가는 것, 그것이 생리를 소통시키는 일이자 좋은 관계를 위한 윤리적 실천이다. 또 그것이 존재의 무상성을 체득하는 수행이기도 하다. 내가 나 아닌 존재로 변이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무상성이자 자연이다. 이 자연의 역동적 흐름에는 고정된 주체 같은 건 없다! 생명의 무수한 변이만이 있을 뿐! 이것이 '통즉불통'의 세계다. '통하였느냐? 그러면 아프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