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처음 만나는 칼. G. 융 - Sophia Books 2 : 우리 마음의 심층구조
사카모토 미메이 지음, 노지연 옮김, 와타나베 마나부 감수 / 현실과미래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접하게 된후 내가 느낀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이 책을 구입할 당시에 심리학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아서 쉬운 심리학 입문서를 찾고 있었는데 그때 눈에 띄어 구입한 책이었다. 나는 심리학이라는 말과 융이란 말을 동음 이의어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심리학에 대해 그리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융의 일생만을 전체적으로 다룬 책을 보며 왜 심리학에 대해 쉽게 설명하지 않고 있나. 그것도 만화책이 말이야. 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책을 다덥고 나서야 내가 책의 주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차근 차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나의 어리석은 실수로 산 책이었지만 심리학이라는 너무나 어려운 분야에 다가서는 방식에 있어서 나름대로 이 책을 접하게 된것이 운이 좋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일단 만화책으로서 이책이 가지고 있는 그림체라는 면에서는 근래에 내가 골라본 일본 만화책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평범한 순정만화가의 그림체. 거기에 캐릭터가 전혀 귀엽지 않다. 독자 자체를 성인층 거기에 눈요기보단 정보에 목마른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은 그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그러나 그외의 서비스 정신은 없다. 내가 너무 자극적인 그림체에 익숙해져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사카모토 미메이의 그림체는 어떤 때는 언발란스한 면도 보이지만 책 자체가 다루고 있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융의 심리를 표현할때는, 섬뜻한 느낌을 독자에게 전해주는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책 표지에 작가설명에서 보여주듯 사랑으로 고민하는 일본 젊은 남녀 독자층의 우상적 존재로 각광받고 있는지 아닌지 자체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는 작가란 느낌을 받았다. ( 만화가 자신이 심리학을 공부했다는 점에서 이것은 그가 심리학을 통해 얻은 성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감수자가 따로 존재해서인지 심리학을 설명하는 글들이 매우 쉽게 다가왔다. 오히려 융의 일생자체를 다룬 만화자체가 사실이겠지만서도 믿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 페이지 32 에서 설명하는 융의 친계도를 보면 융의 친조부 C.G.융은 바젤 대학 의학부에 적을 둔 명의였는데 '프리메이슨'의 지부장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만화책에선 프리메이슨을 단지 자유, 평등, 박애를 슬로건으로 내건 국제적 비밀 결사라고만 설명하지있지만 조금이라도 이 단체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듯이 허구적이라고 생각될만큼 부정적인 단체인 것이다.

수많은 영화와 책의 소재를 제공한 프리메이슨에 대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고, 목사였던 아버지와 영매의 재능을 지녔던 어머니를 둘러싼 융의 환경과 융이 발표한 논문인 '모든 오컬트 현상의 심리와 병리' 에서 S.W양으로 표현되는 영매의 능력을 지닌 친척 여동생, 융의 삶에서 융을 둘러싼 수많은 여성과의 미묘한 관계와 그것을 용인한 부인 엠마 융, 그리고 스승인 프로이드와의 관계에서 비쳐지는 부성애의 대체를 넘어선 동성애적 감정의 교류는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대단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하지만 일본의 4대 출판사중 하나인 고단샤, 그것도 감수자가 딸려있는 책에서이기에 근거가 있는 내용들일꺼란 생각을 했다. 융의 생의 말년에 여행과 연구를 통해 깨닫게 되는 동양적 인 것들, 즉 인도의 에로틱한 불상이나 만다라그림, 불교의 가르침등은 동양인인 나에게 새로울것이 없었지만 서양인이 탈출구를 찾는 과정에서 동양의 사상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한적이 없는 나에게 이 책이, 심리학에 있어서 전부라고 인식되어온 프로이드와 융가운데 융의 일생을 살펴봄으로서 그가 자신의 심리학을 어떤 식으로 완성해나갔는지를 약간이나마 알 수 있는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분파로 나뉘어진 심리학에서 현대인의 마음을 완벽히 분석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지금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채운다는 점에서 '내 생에 처음 만나는 칼.G.융'은 좋은 선택이 될껏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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