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 - 최악의 시나리오로 내달리는 한국경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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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잘 읽힌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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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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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연애`에 수록된 이진의 기록 `라 캄파넬라`의 철없는 광폭남매가 장편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돌아오다. 예상못했던 작가의 행보. 심윤경작품 중 내게는 <달의 제단> 다음으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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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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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책을 재미있게 읽기는 하지만, 썩 박민규의 팬인 것은 아닌지라 사실 살까 말까 몇번 망설였던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나는 이 책이 박민규 특유의 '판타지'책이 아닐까 싶어 사기를 망설였는데, 누군가 '연애소설'이라고 알려주어 사게 되었다. 그리고 주말 내내 몇번을 여기 저기 발췌해 읽을 만큼 나는 이 책이 좋았다. 박민규 소설은 약간 나는 선호를 두게 되는게 '카스테라'같이 상징이 강하고 판타지가 가미된 것보다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방금 수퍼스타스. 라고 표기했다가 고쳤다) 마지막 팬클럽'같이 땅에 발 붙이고 있는 배경과, 땅에 발 붙이고 있는 상징이 있는 소설이 더 마음에 든다. '우주적 농담'은 한 두번은 웃을만 한데, 장편소설의 처음 부터 끝까지 가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암튼, 표지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제목만 보고, 나는 또 '우주적이면서 고딕적인'배경의 거대한 농담을 하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내용은 그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실에 있는 그 배경, 제대로 묘사되었다고 믿겨지는 그 시절에 대한 묘사. 그리고 결결이 아름다운 첫사랑 얘기에 그만 확 빠지고 말았다. 사람마다 감상은 아마 다 다를 것이다. 연애담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자기 연애랑 비슷하면 더 감동받기 마련이고, 더 감정이입 하기 마련이고, 또 그렇게 얼마나 자기의 연애를 소환해 내느냐가 소설의 재미의 대부분을 차지 하니까. 게다가... 내가 남자들이 쓴 첫사랑이나 연애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남자작가들의 연애담은 소영웅의식이나, 자기연민이나, 모성결핍을 지나치게 벌리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처음 도입부에서 주인공 남녀의 선배인 '요한'의 현학적인 잘난척이 장광설로 늘어질때는 아... 이거 데미안 류의 지루한 성장동화인가.(난 데미안 싫어한다) 하고 의심도 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개똥철학을 엄청 읊어대지만 사랑에 대한 추상적이고 자위적인 성찰에 그치지 않는다. 화자의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고, 또 그것이 화자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부여하고는 있지만 그 연애가 다시 부모에 대한 원망이나, 자기연민이나, 본능에의 천착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담담하게 주변의 상황을 다 설명하면서도 결국은 사람하는 그 사람들끼리의 얘기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이 문단을 다 쓰고 보니, 내가 참 쉬운 얘기를 어렵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연민으로 회귀하지 않는 사랑이라... 이 얼마나 멋진가.

곳곳에 배경음악에 대한 설명이 있다는 것으로 '하루키적'이라는 평도 많이 올라와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하루키적'이라는 표현은 온당치 않다. 하루키가 그렇게 정적이고 시적인 내면을 그린 적이 있던가. 이 소설에 어디 하루키같은 '그저 감각의 세계', '그저 모성결핍의 세계', '그저 본능의 세계', '그저 미스테리의 세계'가 있던가. 단순히 어떤 방면에서 배경음악이 지정된다는 점 때문에 하루키적이라면 그 말은 그나마 약간은 수긍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난 박민규쪽의 선곡이 훨씬 맘에 든다. 스토리 자체보다도 배경과 음악이 익숙해서도 소설을 좋아할 수 있다는 면을 생각해 보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배경과 음악이 익숙하고 취향에 맞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나 구성 또한 맘에 들고 가슴 깊은 곳 까지 아리게 한다는 점에서 나에게 참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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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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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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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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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가 최인호 같은 대 작가의 정신분석을 해도 될까? 진짜 '최인호'가 아닌, 이 작품을 쓴 '최인호16'쯤에 대한 분석이라고 하면 독자로써 그 정도 권리는 가질 수 있는 거겠지? 어디까지나 최인호라는 자연인이 아니라 '최인호16'쯤 되는 극히 일부의 자아에 대한 얘기니까.

내가 본 이 소설은 그렇다. 건강에 대한 자부심을 잃은 가장의 자신감 찾기에 대한 풍유.
주인공은 15년간 가장으로써 지위를 그야말로 '누려'온 사람이다. 느긋하게 누워서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버터냄새와 빵냄새를 맡으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므로. 아내, 아이, 화장품이 모두 세팅된 대로 당연히 흘러가는 일상을 살아가던 주인공 K. 하지만 어느날 건강에 자신을 잃게 되고 - 여기서는 처음으로 발기부전을 겪는 것으로 은유된다- 그 다음부터는 자신을 둘러싼 당연한 모든 것들이 어딘가 모르게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현숙하던 아내는 돌멩이처럼 차갑고 외설스러운 취향을 가진 아내로, 사랑스럽던 딸아이는 의례적이고 기계적인 아이로 느껴진다. 가장으로써의 자신감을 한창 가질때에 식솔들을 바라볼 때와, 내가 의지해야 하는 대상으로써 가족을 바라보면 그들은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몸이 아주 아파 침상에 오래 누워있거나 죽음을 직면하고 있다면 더하다. '아내는 은근히 내가 잘못되기를 바라는게 아닐까', '아이들은 나를 아버지로 생각할까? 외려 나를 귀찮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모든 사물을 보면 모든 것이 익숙하기는 하되 조금씩 어긋나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영원과도 같은 이틀을 지내고 난 K가 결국 자기 자신과 똑같은 K를 만나게 된다. 자기 자신은 K2, 도플갱어인 상대방인 K1을 만날때, K1은 어떤 사람인가? K1은 K2를 멀끔한 양복쟁이라고 부러워하지만, 실상 작가의 심리속에서는 K2가 K1을 부러워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K1의 거친 직업, 거친 말투, 그리고 K1의 아내의 자신의 아내와 같은 모습이지만 생활력 강하고 거친 모습. '거칠다'는 '생명력있다'로 치환될 수 있는 말이기에, 무기력한 양복쟁이 K2(건강에 자신을 잃은 가장)는 거친 직업을 가진 K1(야성이 살아있는 또 다른 나)을 만나고, 마침내 그와 합체(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으로 염원을 이루는 것이다. K1과 합체한 K2는 더 이상 기존의 K도 아니고 K1도, K2도 아니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 상실과 자신감 회복 이후에 보는 세상은 같은 세상이되 더 이상 같은 세상이 아니고, 나는 같은 나이되, 더 이상 같은 내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주인공 K는 내가 가끔 냉소적으로 평가하던 한국남자소설들의 '현학적 징징이'같은 남자주인공을 훌쩍 뛰어넘은 인물이다. 주변을 끝없이 의심하다가, 결국은 그 의심이 자기 자신을 향하나는 점에서 그렇다.

역시 대 작가의 문장이라 술술 읽기고 재미있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 보잘것 없는 독자는 이 소설에서 하루키의 소설의 기시감을 느낀다. 모든 것이 같지만 자기도 모르게 조금 뒤틀린 세상의 묘사에서 1Q84를 연상케 하며, 도시의 비밀스러운 클럽같은 장소, 근친에 대한 성욕 등에서도 자꾸만 하루키가 느껴진다. 하긴 중간 중간 Nathaniel Hawthorne의 "Young Goodman Brown"이 생각나기도 했으니, 기시감이야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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