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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의 유혹 - 철학이 세상 이야기 속으로, 세상 이야기가 철학 속으로
신정근 지음 / 이학사 / 2002년 12월
평점 :
저자가 동양철학에 대한 교양강의를 실제로 강단에 서서 말로 하듯이 쓴 책이다. 그래서 문체고 부드러운 구어체이고 이모티콘(^^)도 등장한다. 동양철학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많이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건 아마도 공자니, 장자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몇 천 년 전에 그 시대, 그 사회를 위해서만 한 것으로, 현재의 우리와는 상관이 없거나,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으로 현대인들을 유혹하려고 한다. 초상화와, 산수화도 보여주고, 관련된 사진에, 연결해서 볼만한 시와 관련 기사 등을 열심히 내놓는다.
한 권의 책에 유가, 도가, 불가에 이슬람 철학까지도 다루고 있어서 핵심적인 사항만 말하고 있는 편이다. 따라서 이것은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개념이나 핵심적인 사상이 뭔지도 몰라 막막해하는 사람들에게 던져주는 미끼라고 생각한다. 자, 일단 이것만큼은 알고 시작하면 된다고. 미끼에 걸려서 유혹된 사람은 이제부터 스스로 유,불,도,이슬람의 고전들을 찾아보고 더 상세한 연구서들을 찾아보면 된다.
마당 1 <철학이 세상 이야기 속으로>가 유, 불, 도, 이슬람 등등을 개관하는 것이라면, 마당2와 마당3은 <사람다움>, <평등>, <환경>, <자아> 등등이라는 주제로 다시 동양철학을 비추어보는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 재미있게 읽을 사람도 있고, 지루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감동과 진정성 면에서는 이야기하듯이 동양고전을 풀어내는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보다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담높은 학문의 벽을 넘어서 이제 막 철학을 시작하는 이들과, 대중들과, 무엇보다도 현실 세상과 소통하려는 저자의 노력을 높이 사고 싶다.
철학을 쉽게, 최대한 많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거나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쉽게 쓴다는 것, 현재의 현실 속에서 관련지어 말할 수 있는 사항을 찾고, 현실 세계와 접목시킨다는 자칫 오류의 위험도 있다. 그래서 현직의 철학교수가 이런 책을 낸다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말하자면, 논술에 활용할만한 책이기도 하다. 인용하는 고전 구절이나 생각할 거리들, 논의거리들은 논술 시험에서 다룰만한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