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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세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
잉게보르크 바하만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5년 5월
평점 :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다. 몇 년 전 내가 아직 20대 중반일 때, 주변에는 서른을 앞에 둔 선배들이 많았고, 그들을 통해 난 '또 하루 저물어간다'로 시작되는 그 노래를 알았다. 그 때는 내게도 서른이라는 나이는 언젠가 올 것이 분명하지만, 나랑 전혀 상관 없는 나이였다. 그 때 나는 젊음에 대해 오만했던 것 같다. 나는 그 때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초조함, 상실감을 이해하지 못 했다.
어디선가 읽었었다. 인생은 십진법으로 가지 않는다고.그래도, 서른이라는 나이를 앞에 두고 멈칫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지금 나는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스물 아홉이 되었고, 다가올 서른에 대해 벌써부터(아니, 어쩌면 초조감은 지금이 당연한 걸 수도 있겠다) 울적하다. 그 울적함은 아직까지 제대로 해 논 게 없다는 것과, 이제 더 이상 미래가 바뀌기는 힘들거라는 것 그런 데서 오는 불안감과 초조함, 후회이다. 서른. 모든 걸 다시 시작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고, 무엇인가 결정이 난 상태로 있지도 못 하는 어중간한 나이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뭐라고 군더더기를 붙일 말이 없다. 서른을 앞둔 사람은 읽어봐야 한다. 미묘하지만, 표현할 수 없던 감정들을 표현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