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8
최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선우 감독의 '꽃잎'이라는 영화의 원작이다. 5.18에 대한 어떠한 구호보다, 어떠한 외침보다 절절하다. 그 이유는 이 아픈 역사를 단지 역사책 속의 한 페이지로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 가까이, 우리 생활 가까이의 한 장면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필이면, '그날, '그 자리'에 있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여자애가 아니라, 바로 당신였열 수도 있다는 속삼임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호소력 있는 서두-'당신이 어쩌다가 도시의 여러 곳에 누워있는 묘지 옆을 지나갈 때 당신은 꽃자주빛깔의 우단치마를 간신히 걸치고 묘지 근처를 배회하는 한 소녀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최윤은 이 모든 것을 너무 지나치지 않게, 작가가 먼저 흥분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우리가 그 여자애의 서서히 적셔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 영화도 좋았지만, 영화보다도 더 잘 만들어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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