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탐색
한자경 지음 / 서광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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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경 교수의 글은 대개 진솔함이 느껴진다. 약간은 사적으로 보이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글에 잘 녹아들어가 있다. 감정적인 듯 해 보일 수도 있는 시도인데, 오히려 철학이 삶, 특히나 자신의 삶으로부터 유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줘서 좋다. 많은 것이 양적으로 환산되는 세상에, 철학자들의 논문 쓰기도, 처음에 품었을 간절한 의문은 사상되고, 어쩐지 기계적인 일처럼 되고 있는 듯한 요즘이다. 후기에서 저자는 들고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고 떠나기 위해서 책을 냈다고 하는데, 얼핏 봐도 논문과 수필을 넘나드는 듯한 글의 출판에 이유를 붙였다. 물론 어느 모임에서 발표된 것이긴 하지만, 그래서 글들의 느낌이 논문 여러 편이라기보다는 논문을 쓴 사람이 강의로 풀어서 설명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비유와 자신의 사적인 생각까지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자아’라는 문제에 천착해왔던 점을 새삼 의식하면서, 이제 그 문제로부터 풀려나겠다는 결단으로 책을 출판했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본다면, 비교적 쉽게 동서양의 철학을 넘나들면서 꽤 친절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공자가 아니어서 넘나드는 이야기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오히려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잘 안 잡힐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본 구도는 불교, 특히 유식철학인데, 초반은 비교적 유식철학 쪽의 전문적인 논의이고, 뒤로 갈수록 불교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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