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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읽고 싶은 책은 넘쳐나고, 고심하고 또 고심하여 그 중 일부만 골라보지만 작년에, 재작년에 산 책 조차 읽지 못한 책이 다수이다. 한 해 출판되는 책의 수만 해도 셀 수 없이 많고, 이 양만 해도 한 인간이 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분량이라고 하는데...
‘그 많고 많은 책들 중 양서를 골라서 읽고, 내것으로 통합해 내는 좋은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 아닌 타인들의 독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조금 더 효율적으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이것은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여러 번 해본 의문이고 고민일 것이다. 나 또한 시시때때로 하는 고민이기도 하고.
언젠가 나도 서재를 꾸밀 수 있게 된다면 이렇게 생긴 서재를 갖고 싶다.
<지식인의 서재> 중 출판문화인 김성룡의 서재
‘죽을 때 까지 나는 과연 몇 권의 책을 읽을 수나 있을까?’ 하는 것이 독서에 대한 나의 최대 고민거리이고,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한 자라도, 책 한 장이라도 더 읽자고 마음 먹긴 하지만 실상 여러 가지 자극들에 잠깐잠깐 한 눈 판 사이 책장이 덮어져 있는걸 알아차리고야 만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배이지 못한 독서 습관은 책을 의식적으로 읽고자 노력해야만 집중해서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지식인의 서재> 여기, 우리시대 지식인 중 15명의 서재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 있다.
법학자 조국, 자연과학자 최재천, 예술작가 이안수, 시인 김용택, 북디자이너 정병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사진작가 배병우, 건축가이자 정치인 김진애, 아트스토리텔러 이주헌,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건축가 승효상, 출판문화인 김성룡, 영화감독 장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
장르를 뛰어 넘어,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열 다섯 명의 명사들의 서재를 둘러보고 그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 이 책에서는 그들이 어떻게하여 독서가가 되었으며 그들의 책 선택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책을 즐겨 읽으며, 어떤 방법으로 읽고, 어떻게 그 책들을 보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 책을 읽는 방법(가령 책에 직접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긴다던지, 혹은 책은 손댈 수 없는 영역이기에 한 점 티끌 없이 깨끗하게 본다던지 하는), 책을 보관하는 방법(책장의 책을 어떻게 분류하는가 하는 것... 장르별, 출판사별 구분하기. 또는 분류나 구분 없이 책이 이 자리, 저 자리 여행할 수 있도록 분류 없이 꽂아두기 등)...
모두가 제 각각이다.
책에 밑줄을 긋든 티끌 없이 읽든 간에 각자가 책을 읽는 방법이나, 책을 다루고 보관하는 방법에서 만큼은 정답이라는 것이 없어 보인다.
책을 다루고 대하는 태도에서만큼은 옳고, 그른 것이라 판단할 수 있을만한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 사회, 인문, 소설, 시, 만화책 까지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도 좋고 나쁨이 없고 옳고 그른 것이 없다. 다만 책을 읽고 어떻게 내것으로 만들고 내 삶의 일부분으로 통합시키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열 다섯 명의 서재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내가 어떤 책을 고르고 어떤 방법으로 읽든, 어떻게 보관을 하든 전혀 고민할 거리가 못된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이 명사들로부터 소개 받은 책 중 흥미로운 책, 꼭 읽어봤어야 했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 몇 권을 메모해 두었는데, 올해 안에 이 책들을 모두 읽겠다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계획일테고 2012년인 내년 12월 까지는 이 책들을 모두 읽어봐야겠다.
<지식인의 서재> 중 첫 장에 소개된 조국 교수의 서재.
시를 즐겨 읽으며 감성을 채운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시집을 마지막으로 손에 들었던 때는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밑줄>
처세술이라는건 요령을 가르쳐주는 거잖아요. 인생이라는 것이 요령만으로 살 수 있는 만만한 것이 아니거든요. 처세술을 통해 익힌 요령으로 간단한 인터뷰는 통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새각해요. 처세란 것은 살면서 깨우쳐야 하는 것이지 책을 보고 습득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 솟대예술작가 이안수의 서재, 75쪽.
독서는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몸 어딘가에 취향으로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말하는 언어들은 언젠가 내가 읽었던 책들의 영향으로부터 빚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정확히 누구의 어떤 책이다.'라고 꼽는 건 우습죠. '어떤 책의 어떤 구절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다.'라고 어느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 영화감독 장진의 서재, 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