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타임머신이 있어서 원하는 시간 어디라도 갈 수 있다면…중세 유럽의 부유하고 평화로운 왕국에 귀족으로 가서 유유자적하면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시대엔 남녀차별이 심했던 것 같은데.. 그럼 훌쩍 뛰어넘어 22세기로 가는건 어떨까? 과학도 무진장 발달해서 편할테고 남녀차별이나 인종간의 갈등도 없겠지. 하지만 그것도 문제다. 로봇이나 외계인이 인간을 지배하는 또다른 ‘혹성탈출’이 재연되고 있을수도 있으니깐.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 해도 나같이 소심한 사람에겐 역시 쉽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네드와 킨들이 살고 있는 21세기중반도 시간여행으로 야기된 문제로 뒤죽박죽이다. 킨들이 얼떨결에 과거로부터 데리고 온 고양이 한마리 때문에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은 패배할지도 모를 상황이 된다. 이 엄청난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으려고, 안 그래도 고용주인 슈라프넬 여사에게 혹사당해서 시차증후군이라는 우스꽝스런 증세로 시달리는 네드는 19세기 영국 귀족사회로 고양이를 데려다주는 시간여행을 간다. 슈라프넬 여사가 끈질기게 원하는 ‘주교의 새 그루터기’(이 물건의 용도를 이해하는 데 한참이나 걸렸지만 사실 아직도 헷갈린다.)를 찾는 임무까지 더해서…

어긋나려는 역사를 바로잡으려 과거와 미래를 동분서주하며 모든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스스로 교정한다. 사람들은 역사의 작은 일부분만을 볼 수 밖에 없지만, 역사는 마치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인것처럼 전체적인 진행경로와 시공간을 봄으로써 퍼즐을 맞추듯이 치밀하게 오류를 바로잡는다. 이것이 이 책의 저자 코니 윌리스의 세상에 대한 관점인 것 같다. 무척 심오하고 거창한 듯한 저자의 이러한 철학 뒤엔 더없이 유쾌하고 즐거운 유머들이 있어 이 책을 읽는내내 키득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내게 희망을 준 이 책의 중요한 교훈(?)은 만나야 될 사람은 어쨌든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는 거다. 나는 아직 만나야 될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서 한마리 외로운 여우처럼 방황하고 있다.

이 책의 토시와 C아무개가 결국은 만난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겠지. 흠, 누가 노처녀 아니랄까바 결국 결론은 이렇게 끝나고야 만다. 역사의 자체 교정은 내 인생도 교정시켜 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아무튼 참으로 유괘한 책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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