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체성 -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001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꽤 다양한 독서편력가이다. 좋게 말해서 다양한 거고 솔직히는 한 가지 분야에 금방 싫증을 내는 깊이가 없달 수도 있는 독서형태이기도 하다. 어쨌든 분야를 안 가리고 읽는 나이지만 그래도 안 읽는 종류는 시집과 철학쪽이다. 시집은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음미해가며 읽을만한 여유가 없는 급한 성격때문이고, 철학책은 그냥 어렵고 졸려서이다.. 그런 내가 그래도 선뜻 이 책을 구입한데는 당시 철학서적 치고는 꽤 많이 팔린다는 입소문때문이기도 하지만,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는 책세상 문고판 시리즈의 한 권을 꽤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손에 들어오고도 한참이나 여유가 있을 얇은 분량도 철학책에 대한 내 부담감을 그만큼 줄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나처럼 철학책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긴 많나보다. 책의 들어가는부분에 저자는 이 책을 쓴 동기를 재미있게 대화체로 풀어쓰고 있다. 즉 그의 동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왜 철학서적들은 한결같이 어렵고 따분하냐는 것이다. 최소한 대학졸업자들인 비전공자들은 이해를 할 정도로 쓰여져야 되지 않냐는 것이다. 백번공감이다.. 이에 저자는 탁월한(?) 사명감으로 한국의 정체성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제목의 책을 쓰게 된다. 우선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가, 정체성 판단의 기준으로 글을 풀고 있다. 때론 만득이가 나오는 예를 든다든지 하며 정말로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가라는 부분은 이해가 좀 쉬운 편이었다. 저자는 보편성이란 허울좋은 이름뿐이라는 강대국의 특수성이 곧 세계의 보편성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것보다는, 세계적인 것에서 차라리 한국적인 것을 찾는 것이 더 맞는 말이라고도 한다. 난 철학책은 앞서 말했듯이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다. 기껏해서 두서너권 정도. 그것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이 다른 철학책에 비해 더 쉽게 쓰여졌는지 어쨌는지 비교할 수가 없지만,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바를 충족시켜 준 것 같지는 않다. 저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물론 내 지적 도량이 좁아서이겠지만. 난 명쾌한 해답을 원했다. 제목처럼 한국의 정체성은 무었일까?에 대한 해답 말이다. 저자는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첫 장에서부터 정체성이란 문제가 너무나 복잡하고 , 특히나 ‘한국의 정체성은 이것이다’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광대한 자료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어쨌든 결론은 그래서 한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이 책에선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그게 좀 아쉬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데 어쩔 수 있나. 역시 철학책은 내겐 아직도 너무나 먼 그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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