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너도 나도 책 읽기를 권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정서적으로도 지적으로도 혹은 입시용으로도 여러모로 좋다는 현실적인 잇점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주로 현실적인 잇점을 찾아 독서를 하고 권하는 사랄믈은 책 읽는 자체에도 등급을 매기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인문서나 교양서등의 책 읽기는 교양 있는 독서형태이고 만화나 연애 소설등의 책 읽기는 권장할 만한 독서형태가 아니라고 심하면 독서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식의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좁은 독서에 대한 시각은 SF나 판타지 소설에까지도 확대된다.

SF는 그저 단순한 오락거리용 책이 아닐 때가 많다.  오히려 SF는 두 세번은 읽어야 그 참 줄거리를 이해할 만큼 심오할 때가 많다.  물론 단순히 그 깊이의 깊고 얕음으로 독서의 질을 매길 수는 없다.

누가 뭐래도 책을 읽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만화이든 판타지이든 잡지이든 그것이 진짜 책 읽기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런 맛을 아는 사람은 책 읽기에 등급을 매기지 않고 그것으로 교양의 유무를 결정짓지도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에 걸 맞는 책이다.  한 번 읽을 때와 다시 되새겨 읽을 때의 맛이 다르게 그 깊이가 있다.

12월의 열쇠를 비롯한 17편의 중단편을 모은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집이다.  로저 젤라즈니는 시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답게 서정적인 문체를 구사한다.  필립 K.딕 등의 SF 작가들의 놀라우리만치 섬뜩하거나 뒤통수를 치는 이야깃거리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의 작품들은 어쩔 땐 SF라기 보다는 한편의 서정적인 단편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문장 하나 하나는 비유와 시적 묘사로 가득해서 단지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쉬운 독서로는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그의 작품은 또한 신화적인 요소가 많다.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에서는 죽을 수 없는 불사의 운명을 가진 남자와 죽을 운명을 가진 살아있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여신 화이올리와의 불안하고도 슬픈 운명을 이야기한다.

아서왕과 성배 전설을 기본으로 한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는 그의 다른 장편 [빛과 어둠의 존재들]이나 [신들의 사회]처럼 신화와 전설을 SF속에 잘 버무리는 그의 장기가 잘 나타나 있다.

SF룰 앍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의 상상력이란 참 끝이 어디일까 하는 의문이다.

그리고 인간과 신과 자연의 서로 다른 시각들을 교묘히 섞어서 짐승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보게 되고 신의 가슴으로 인간을 연민으로 바라보게도 된다.  오직 인간만이 절대 유일하고 특별한 종인 거도 아니고, 오직 인간만이 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할 권리를 가진 것도 아니라는 것을 지루하지 않게 기발한 이야기들로 알려준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잠시나마 세상에 대한 내 편협한 시각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게 되고 막혔던 상상력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게 해 준다.

만원이 채 안되는 돈과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라는 비용으로 얻게 되는 행복과 교훈치고는 무척 인심이 후하지 않는가난 이 수지 맞는 계산법을 계속 유지 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계산법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행복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오늘도 난 또 다른 행복을 찾기 위해 서점을 기웃거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