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라…. 무슨 금속들을 금으로 만들수 있다고 우기던 사람들이라지… 진짜 그럴 수 있다면 로또 복권에 일주일치의 행복과 기대를 고스란히 얹을 필요도 없고 또 그보다 더한 실망감을 참아낼 필요도 없겠군… 그야말로 지니의 요술램프를 가지는 셈이겠군..’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책의 내용이나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 연금술=황금=로또복권=돈의 등식이 찰라적인 시간에 내 머리를 가득채운 셈이다. 이런 걸 속물적이라고 하는건지… 어쨌든 로또 복권 4장값의 돈을 지불하고 책을 샀다. 당첨되지 않은 실망감보다는 뭔가 나은 걸 느끼게 되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로 말이다.이 책의 주인공 산티아고도 아주 조금은 속물적인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긴 있었다. 보물을 찾게 될 거라는 꿈을 꾸고 짚시 점쟁이를 찾아가서 해몽을 하고 어찌어찌해서 보물을 찾아 떠나는 긴 여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우리 서민들은 그런 꿈을 꾸면 분명 복권을 샀을 것이지만.. 알퐁스 도데의 양치기 소년은 별을 바라보며 아가씨와의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이솝 우화의 양치기는 거짓말을 하면 큰 일 난다는 사실을 늑대에게 호된 대가를 치루며 몸소 말해준다. 양치기라는 직업을 우리 현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이런 소설들의 영향으로 왠지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교훈의 메신저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그리고 코엘료의 양치기 산티아고도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산티아고는 보물이 묻혀 있다는 피마미드로 가는 긴 여정에서 늙은 왕, 크리스탈 상인, 연금술사, 낙타 몰이꾼등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산티아고는 단순한 보물이 아니라 ‘자아의 신화’를 찾으러 가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지만 사실 난 ‘자아의 신화’라는 어휘가 잘 와 닿지 않는다. 산티아고가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하기 위해서 스스로 양치기가 되었다는 것과 일맥 통하는 무언가라는 생각뿐… 산티아고는 양치기를 하며 양과 대화할 수 있었듯이 모든 사물들에도 정기가 있고 마음을 열면 그것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다. 결국엔 바람과도 이야기를 하고 태양과 사막과도 교류하게 된다.연금술이란 납을 금으로 바꾼다거나 불사신이 되게 하는 특별한 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물의 정기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딱히 연금술이란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자신의 삶 속에서 충분히 연금술을 실천하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이야기 해 준다. 결국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금의환양을 하고 사랑하는 여인의 곁으로 간다.우리 현실에선 보물 즉 자아의 신화를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불안하고 기약할 수 없는 긴 여행을 떠나기를 두려워하며 그저 자신의 가슴 한 켠에 담아두며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택한 크리스탈 상인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땐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고 이야기한다.그리고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만이 우리 삶의 유일한 의무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은 의무가 아니라 우리네 꿈일지도 모른다. 실현할 수 없는 아니 실현하지 않는 꿈 말이다. 도대체 우리 중 몇 명이나 회사를 그만두거나, 가족을 떠나서 과감히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