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은 유전자의 원격조정으로 유지되는 생존 기계일 뿐이고 인간의 존재 이유도 단지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라는 이론을 펼쳤다. 그리고 그 유전자들은 오로지 자신만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온갖 이기적인 행동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의 지배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만의 특징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문화와 이타주의이다.인간은 문화를 가지고 장기적인 이익을 촉진시킬 수도 있는 순수하고 사리사욕이 없는 이타주의의 능력이 인간의 또 하나의 독자적인 성질이라는 것이다. <붉은 여왕>의 매트 리들리는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가장 큰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라고 한다. 특히 생존보다는 번식쪽으로 그 중요도의 무게가 더 기운다고 말한다.

위의 두 석학들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애트우드가 이야기하고 있는 미래의 길리어드 내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역할분담도 받아들 일 수도 있을 것 같다.길리어드의 남성들은 번식이라는 생명체의 일차적인 목표에 지극히 충실하다. 거기엔 어떤 감정적인 쾌락도 배제되고 오직 여성의 자궁을 통한 신성한 생명의 탄생을 유도하는 순수한 과정과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남성과 여성들은 마치 벌과 개미사회의 계급처럼 여왕벌, 일벌 또는 병정개미 일개미등으로 세분화된다거기엔 강간이나 낙태의 위험 대신 정확한 규칙과 통제가 있고 안전이 보장된다. 반면 사랑과 자유는 생존과 번식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의미일 뿐이다. 여성의 자궁은 순수한 생명 탄생의 도구일 뿐 더 이상 사랑과 쾌락의 일시적인 결과물을 담아놓는 그릇이 아닌 것이다. 길리어드의 사람들은 자궁의 순수성을 찾아 기뻐해야 될 것이다.안정된 번식의 체계를 갖췄으니 모두 일어서 기쁨의 함성을 질러야 할 것이다.우린 물론 아니기를 바라지만 책의 뒷 부분에서 세월이 흐른 뒤 길리어드의 지배자들이 그들의 통치방식에 무척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여지없이 실망하게 된다.

현 세계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길리어드는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다.
아무리 생존과 번식의 순수성이 보장된다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사랑과 자유가 없고 무엇보다 감정이 없다.인간이 단지 이기적이고 맹목적인 유전자들의 집합체가 아닌 것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서로 사랑을 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고뇌하면서 번식이라고는 느끼지 못하면서 사랑의 결과물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 말이다. 이게 유전자들의 조정이든 인간적 번식의 본능이든 말든 말이다.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책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쓴 것이라고들 한다. 근데 사실 난 잘 모르겠다.책을 보면 여성 못지않게 남성들 또한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또 어쩌면 우리가 볼 때는 길리어드가 말도 안되는 정말이지 책에서나 있을 법한 황당무계하고 엽기적인 미래의 이야기이겠지만 어느 시절 실제의 길리어드의 사람들이 볼 때 우리의 사회는 또 그처럼 원시적이고 문란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들과 우리는 단지 문화가 다를 뿐이고 판단의 잣대는 보는 이의 문화적 척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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