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5 (양장) -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 시리즈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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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내 눈에 비친 할머니는 마법사와도 같았다. 투정부리며 울 때마다 요술처럼 당신의 다락방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손에 쥐어주며 눈물을 닦아 주셨다. 지니의 요술램프처럼 침침한 다락방에선 어느 날은 말랑말랑한 곶감이 나왔고 또 어느날은 초코렛이나 호두도 나왔었다.이번엔 뭐가 나올지 잔뜩 기대하며 눈물, 콧물 범벅이 되서는 할머니의 무릎에 잔뜩 기대하며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그 시절 어린 나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 일들은 지금 생각하면 그저 미소 짓게 하는 사소한 일상 거리 들이지만 어쨌든 그 당시엔 참으로 심각하고 슬픈 일들 이었음엔 틀림없다.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이제는 맘대로 울기보다는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이리 저리 치이고 어깨 늘어지지만 더 이상 감쪽같이 기분을 바꾸게 해 줄 할머니는 어디에도 없다.할머니와 동심을 잃어버리면서 난 새로운 대체물을 찾아갔다.우울하고 힘들 때마다 끄적거리며 글을 쓰던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잠을 자던가 그것도 아니면 책을 읽는다.특히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추리소설이나 환상소설을 읽곤 한다.홈즈의 시리즈를 한꺼번에 사 놓았으면서도 일부러 한 번에 다 읽지 않았다.그건 어린시절 할머니의 다락방의 진귀한 것들마냥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아껴가며 써먹어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숨 쉬며 축 쳐진 어깨로 책을 집어 들지만 이내 곧 내 기대에 부응하듯 홈즈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머리 아픈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처럼 추리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한 노력과 인내 없이도 쉽게 독서의 재미에 빠져 들 수 있다는 것이다.어떤 이들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약간은 통속적이고 지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하지만 추리소설도 다른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들 못지 않은 교훈을 준다. 사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인간 심리에 대한 분석을 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혹은 어떠한 교훈도 주지 못한다고 한들 그게 무슨 대수일까?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세상 속에서 찌든 먼지와 고통을 조금이라도 털어낼 수 있는 여유와 재미를 얻게 된다면 지니의 요술 램프 속의 보석같은 존재가 아닐까?내 책장엔 아직 읽지 않은 홈즈의 책들이 몇 권 남아있다.세상이 다시 날 힘들게 할 때라도 난 조금 여유 있을 것 같다. 아직 읽을 책들이 많이 남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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