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역마살도 지독한 듯 떠돌아다니는 그는 여행의 길목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생의 증거를 찾는다고 한다.여행이 좋았고 삶이 좋았던 그에게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나태함으로 진저리나게 머물러있는 내겐 어디에고 생은 없는 듯 하다.가끔은 살아있음이 차마 죽을 수 있는 용기 없음일 뿐일때도 있는, 삶에 대한 희망도 바람도 더 이상은 없는 그저 버티기뿐일때가 많다. 시간이 용기없는 자신을 삶의 끝으로 자연스레 데려다주기를 하릴없이 바랄 뿐…

몇 년 전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나는 여행’을 읽은 후 인도에 대한 아련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새 책 소식에 반가움으로 책장을 펼쳤을 땐 이미 인도에 대한 생각대신 생의 무료함으로 끙끙대고 있었다.이 책은 단순히 지리적, 생태적 낯선 곳으로의 기행이 아니다.그보다는 같은 하늘아래 속해 있으나 역시 속해 있지 않은 낯선 영혼들을 방문하는 일종의 철학서라고도 할 수 있다.일과 사람들에 치이고 부대끼면서 남들만큼 소유해야 하고 남들만큼 알아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일생을 살아야 하고, 세상이 정해놓은 잣대로 행복을 실감해야만 하는 우리들에게 책 속의 그들은 진정 낯선 행성의 낯선 이들이다.

어떤 이들은 그들의 사고 방식이 나약하고 현실 도피적일 뿐인 게으른 이들의 자기 도취라고 비웃울 지도 모르겠다.하기사 ‘어떻게 하면 삶에서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에 그의 스승이 답한 “그대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기억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내 가까운 이에게 했을 때 제발 정신 좀 차리고 현실적이 되라는 핀잔을 들었었다.그래도 난 이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우리는 단지 행복해지기 위해 이 세상에 왔고, 행복해 져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니깐…그 낯선 행성의 사람들처럼 ‘아 유 해피?’라는 인사말을 하면서 늘 자기 자신이 완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 곧 행복임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며칠 전 메신저의 대화명을 ‘아 유 해피?’라고 했더니 날 아는 많은 이들이 “노~~~” “아임 언해피” 라며 울부짖는다.그들에게도 류 시화의 인도식 행복론을 알려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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