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199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적자가 생존하고 부적자는 멸망한다는 다윈의 자연도태설은 그 당시의 생물학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사회. 특히 종교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은 이 책이 나온 1895년도를 그 이전의 시대와 그 이후의 시대간의 뚜렷한 경계선이 될만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등의 사상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그로부터 10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 눈부신 과학발전에 힘입어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의 입장에서 적자생존, 자연도태를 이야기한다.

인간은 유전자의 원격조정으로 유지되는 생존기계일 뿐이고 인간의 존재이유도 단지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이론은 다윈의 이론 못지않게 놀랍고 충격적이다.
더군다나 유전자들은 오로지 자신만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온갖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인간의 노화나 수컷과 암컷의 생존전략과 개미의 일벌레와 여왕벌과의 갈들등도 이기적 유전자에 의한 것이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받아들이기 쉽지않고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혹은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해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이론들이다. 인간은 지금껏 자연계에서 동물이라 불리기를 거부하고 '인간'이라는 새로운 종을 창조했다.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물의 영장이 되는 다른 피조물과는 격이 다른 창조물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유일하고 경이로운 창조물인 인간이 한낱 의식할 수도 없고 우리눈에 잘 띄지도 않는 유전자에게 지배받는 유전자 번식의 노예같은 존재라니... 하지만 이쯤에서 저자는 역겨워하며 실망하는 독자들에게 유전자의 전제적 지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위안을 준다.

그 중 하나는 인간이 문화를 가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전자가 정자나 난자를 운반체로 하여 몸에서 몸으로 날아다니는 것과 같이 노래나 사상, 언어, 의복의 양식등의 문화들이 인간의 뇌에서 뇌로 건너다닌다고 한다. 즉 이것은 유전자처럼 일종의 자기 복제방법인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유전기구에 기생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나의 뇌는 여러 문화를 위한 번식용의 운반체가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에게는 의식적인 선견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기적 존재인 유전자는 의식을 갖지않고 맹목적으로 자기복제를 한다. 유전자는 눈앞의 이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되는 경우에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반면에 인간은 단순한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오히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촉진시킬 정도의 지적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순수하고 사리사욕이 없는 진짜 이타주의의 능력이 인간의 또 하나의 독자적인 성질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반가운 이유들로 인해 이 지상에서 유일하게 우리 인간만이 이기적 유전자들의 전제적 지배에서 반역할 수 있는 존재라고 저자는 우리를 안심시킨다. 저자는 처음에는 유전자를 보존하는 일개 도구로 인간을 전락시키더니 결국엔 대부분의 이들을 '그럼 그렇지'하며 안심시키는 방법으로 끝맺음을 했다.

하지만 정말 저자의 믿음대로 그런 순수한 이타성을 가진 인간들이 몇 명이나 될까? 인간들처럼 별 이유도 없이 같은 인간들을 살해하고 고문하는 종들은 흔치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많은 종들을 아예 멸종시키고 자연을 훼손시키고 심지어 자신들까지 숨막혀 하는 행동들을 하는 걸 보면 어쩌면 이기적 유전자보다 더 이기적이고 잔인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대로 인간의 문화나 순수한 이타주의가 다른 종과는 특별한 종으로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만큼의 이유가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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