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되는 노천명의 시는 시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욀만큼 아끼는 시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노천명과 주요한, 모윤숙, 김활란등이 친일파였다는 걸 알고 난후의 그 놀라움과 실망감, 배신감은 읽는내내 분노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의문스러운 점은 그 사람들이 여태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과 교과서에 그들의 작품이 수록되고 학생들은 동경과 감동의 마음으로 그들 작품을 외우곤 했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사느라 바쁜 탓에 그들의 깊은 내막을 혹 몰랐을 수 있다 하더라도 지배계층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을텐데 왜 우리는 여태 아무것도 모른채 그들을 존경까지 했을까? 그 답을 작가는 해방직후 친일파들이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의 모든 분야를 장악한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특히 교육분야를 장악한 후 자기들의 입장을 변호하고 후대들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 친일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상황불가피론을 주입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기회주의자이고 이기주의자이고 파렴치한 민족반역자인 그들이 40년 넘게 사회구석구석의 기득권을 장악했으니 사회, 정치 전반의 부정부패와 친민 자본주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작가는 민족반역자들을 처벌하는 특별처벌법을 이스라엘처럼 제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대다수의 독자들은 물론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아직도 사회 지배계층에는 민족반역자들을 비호하고 그저 덮어두려는 세력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지금은 이미 21세기이다. 과거에 얽매이고 분해하는 것은 치졸하고 구태의연한 행위이다. 우리는 마음 넓게 그들을 용서하고 감싸안으며 미래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도 버젓이 교과서를 왜곡하고 있고 독도 소유권을 억지 주장하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용서받아야 할 자들이 용서를 빌지 않았는데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용서를 하고 말고를 떠나 너무 쉽게 잊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나처럼 일제강점기를 직접 체험하지 못했던 세대들은 잊는 것 자체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45년 일제강점, 3,1운동, 유관순 …이정도의 몇 개 안되는 낱말의 나열들이 우리가 자라면서 배운것이고 그것은 너무나 쉽게 잊혀질 만한 것이였다.

나는 이 책을 젊은 세대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12권이라는 긴 분량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재미와 감동을 떠나서 젊은 세대들은 무조건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사회 어디에서도 잊혀진 역사를 일깨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민족 반역자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사회 지배계층의 그릇된 역사인식하에서 휘둘리며 살아가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잊지않고 분노하고 반민족 행위자들을 끝까지 단죄하는 것이 36년간 이름없이 죽어간 400여만 우리 민중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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