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주름 - 3단계 문지아이들 13
매들렌 렝글 지음, 오성봉 그림, 최순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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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 때 집에 어린이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라는 전집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있다.) 역시 상받은 값을 해서인지, 인상적인 작품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 바로 '우주에서 돌아온 아버지'라는 제목으로 실려있던 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첫째, 그 나이에 읽던 다른 소설들의 착하고 멋지고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 대신, 어딘가 결함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이고, 둘째, 전반적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차갑고 불편했기 때문이며, 셋째로는 수학과 물리학 이야기가 잔뜩 나오기 때문이었다. 둘째 이유는 처음에는 읽는데 방해가 되었고, 세번째 이유는, 당시 꿈많던 과학소년이었던 ^^ 나에게는 엄청난 매력이었다.

사실 이 작품의 소설로서의 구성이나 주제는 지극히 정통적인 그것이다. 주인공이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거대한 악과 대결하여 승리를 거둔다는 그것. 이 작품을 개성있고 독특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 바로 내가 앞에 든 세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한 연유로 이 작품이 단행본으로 나와서 무척 반가왔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나에게 그토록 매력이었던 세번째 이유가, 어떤 (사실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작품을 꺼리게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여기서 쓰고있는 5차원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그냥 판타지에서 나오는 용이나 늑대인간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절대로 이해하려 할 필요가 없다. 그 이야기의 진실성은 용의 진실성과 같으니까. (즉, 어차피 다 허구니까.)

PS: 와트시트 부인, 푸우 부인, (다른 한 사람은 기억이 안나네)들의 이름이 '저게 뭐야, 누구야, 어느거야'라고 바뀌었다고 하니 좀 섭섭하다. 아마도 번역을 하는 것이 옳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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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오스의 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76
에릭 앰블러 지음, 임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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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블러는 스파이 소설의 시조로 흔히 일컬어지는 작가다. 그런데 007에 익숙해진 현대의 독자들의 눈에는 앰블러의 소설이 도대체 왜 스파이물인지, 이렇게 추레한 이야기들도 과연 스파이물인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스파이란 모름지기 기본적으로 폼이 좀 나야하는 것 아닌가? 물론 진짜 하드한 스파이물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하겠지만. 아뭏든 앰블러의 작품에 나오는 스파이들은 확실히 냉전시대의 스파이들과는 다르다.

적과 아군이 뚜렷하고, 거대한 국가조직의 일원으로 주어진 임무만 알아서 수행하는 냉전시대의 스파이들과는 달리, 앰블러의 작품에 나오는 2차대전 이전의 세계의 스파이들이란, 적과 아군의 구별이 명확치 않고 대부분 프리랜서에 가까우며, 이념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폼나는 스파이가 아니라 (그런데 그런 스파이가 존재하기는 하나?) 배신과 뒤통수치기를 밥먹듯 하고 돈되는 일은 닥치는대로 해치우는 전문 범죄자에 더 가깝다. 그리고 아마 이 편이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디미트리오스도 범죄자, 살인자이며 마약밀매자이고, 때에 따라서 스파이짓도 서슴지 않는 그저 악당이다. 그를 위해서는 일체의 변명도 해 줄 필요가 없는 꽤 순수한 악당이다. 그런 악당의 일대기에 관심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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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동서 미스터리 북스 41
존 르 카레 지음, 임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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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그 시절은, 냉전은 끝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음 세대쯤에는 이 소설의 맛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비슷한 것이 잠깐 들기도 한다.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라도 '진짜'의 빛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끊임없이 읽히고, 찬사를 받고 그 명성을 유지하더라도, 이후에 이런 소설이 쓰여지기는 역시 힘들 것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고 디테일을 이루는 에피소드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아마 이 소설의 줄거리르 가지고는 헐리우드 영화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다시 읽는 것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다시 읽힌다. 몇 번이고. 이 작품의 힘은 그 문장 하나하나에 있는 것이다. 특히 첫부분, 회색 빛 배경의 베를린 장벽 신은 읽을 때마다 장엄한 음악이 쿵쿵거리며 울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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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플러스1 동서 미스터리 북스 27
개빈라이얼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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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하여 묻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나는 이 소설을 꼽게 될 것 같다. 이십 여년 전에 처음 읽은 뒤로 지금까지 수십 번 이상 이 책을 읽었음에도 여전히 지금 손에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 얼마나 있을까? 비정함과 처절함으로 가득한 스릴러 계열의 작품이면서도 영국 작가의 작품답게 구석구석에 깔린 블랙 유머와 짙게 배인 페이소스, 정교한 설정과 치밀한 심리 묘사, 그리고 읽을 때마다 가슴이 뛰는 극사실적 표현들... 이 작품의 장점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하다. 적어도 하드보일드 계열에 극단적인 거부감만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르 카레의 '추운 나라레서 돌아온 스파이', 포사이스의 '재칼의 날', 히긴스의 '독수리 내려앉다'등과 더불어 영원히 고전으로 남을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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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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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그럴듯하게 제목을 붙이면 오히려 책을 왜곡되게 소개하는 셈이 되는듯 하다. 뜻은 분명히 맞는데... 그만큼 책의 내용은 가볍고 통통 튄다. 파인만은 미국이 자체적으로 길러낸 첫번째 세대의 물리학자에 속한다. 이 세대부터 미국이 물리학의 중심이 되었고, 파인만이 노벨상을 타게 된 그의 업적이 미국식의 접근방법으로 물리학 이론이 정립되는 첫번째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그 이후의 물리학은 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파인만이 물론 독특한 천재기는 하지만, 그의 모습은 오늘날 물리학자의, 특히 파인만과 같은 이론물리학자의 전형적인 (내지는 극단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세기의 물리학자들과는 분명 다른. 따라서 이 책에서 학문적인 고뇌와 인생에의 통찰등을 기대한다면, 조금 핀트가 안맞는 일이다. 파인만이 복잡한 문제를 만나면 고뇌하고 괴로와했을까? 아니, 그는 문제를 잘게 쪼개고 분석해서 풀 수 있는 부분과 불명확하게 정의된 부분과 풀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누고 풀 수 있는 부분은 풀고 나머지는 그냥 덮어놓았을거다. 물리학의 문제건, 인생의 문제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에게는 이 책의 속편격인 Why do you care what others think? - 번역된 제목은 미스터 파인만이던가? - 도 읽어보길 권한다. 어린 시절과, 특히 아를린과의 사랑 얘기가 자세히 나와있다. 저 제목 Why~도 아를린이 파인만에게 해 준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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