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오스의 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76
에릭 앰블러 지음, 임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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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블러는 스파이 소설의 시조로 흔히 일컬어지는 작가다. 그런데 007에 익숙해진 현대의 독자들의 눈에는 앰블러의 소설이 도대체 왜 스파이물인지, 이렇게 추레한 이야기들도 과연 스파이물인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스파이란 모름지기 기본적으로 폼이 좀 나야하는 것 아닌가? 물론 진짜 하드한 스파이물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하겠지만. 아뭏든 앰블러의 작품에 나오는 스파이들은 확실히 냉전시대의 스파이들과는 다르다.

적과 아군이 뚜렷하고, 거대한 국가조직의 일원으로 주어진 임무만 알아서 수행하는 냉전시대의 스파이들과는 달리, 앰블러의 작품에 나오는 2차대전 이전의 세계의 스파이들이란, 적과 아군의 구별이 명확치 않고 대부분 프리랜서에 가까우며, 이념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폼나는 스파이가 아니라 (그런데 그런 스파이가 존재하기는 하나?) 배신과 뒤통수치기를 밥먹듯 하고 돈되는 일은 닥치는대로 해치우는 전문 범죄자에 더 가깝다. 그리고 아마 이 편이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디미트리오스도 범죄자, 살인자이며 마약밀매자이고, 때에 따라서 스파이짓도 서슴지 않는 그저 악당이다. 그를 위해서는 일체의 변명도 해 줄 필요가 없는 꽤 순수한 악당이다. 그런 악당의 일대기에 관심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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