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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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 용어가 있다. 정치를 떠나면서 앞으로 작가(정권 교체이후에는 어용(?)작가)로 살아갈 것임을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지식 소매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 같다.

이 책은 작가가 천명한 지식 소매상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 책이다. 역사가와 역사서를 소개하고 그를 통해 우리는 역사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략 18권 정도 된다. 일반 독자로서는 이 모든 책을 새롭게 완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지식 소매상인 작가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책에서 말하고 있는 핵심 혹은 쓰여지게 된 이유 및 배경에 대해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구성으로 쓰여진 책이 청춘의 독서이다. 이 책은 대학 진학을 앞둔 딸을 그 대상으로 하여 고전을 선택하고 그 책의 내용을 풀어준 것으로 기억한다. 역사의 역사는 청춘의 독서에서 그 대상이 일반 독자로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 후기에 작가는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한다. 자유여행이 아니라 패키지여행과 같은 책이고 본인은 패키지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했음을 얘기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지식 소매상을 자처하는 작가의 역할을 충실하게 작업한 결과물인 것이다.
나는 그의 가이드 역할에 만족한 한 명의 패키지여행객이고, 이 책을 통해 이제는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한 명이다.


계급과 계급 대립의 폐지는 곧 사회 변화의 동력 소멸을 의미한다. 변화의 동력을 잃으면 사회는 영원히 같은 상태가 지속되는 천년왕국이 된다.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역사의 마지막 사건을 통해 인류 역사는 공산주의 사회라는 최종단계에 들어가고 역사는 종말을 맞는 것이다.......공산주의 혁명 이전의 사회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에는 적용할 수 없다면 그 역사법칙을 보편적 진리라고 할 수 없기때문이다. p.162

이 책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선조들이 펼쳤던 민족해방 투쟁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투키디테스의 시대부터 박은식의 시대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대사˝를 기록하고 서술하는 것이 역사가의 가장 중대한 임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한국 역사가와 역사학자들 가운데 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열정을 쏟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190

헤르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으며, 할둔에게는 학문 연구였다.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였고, 박은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위한 투쟁이었다.......민족주의자든 아나키스트든 마르크스주의자든 식민지 시대 지식인들이 쓴 역사를 읽으면 가슴이 아리다. 그들이 살았던 사회적 환경과 오늘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같지 않은 데도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p.213

인류 역사의 모든 것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같은 귀퉁이를 아주 잠깐 지배하려고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보라......우리의 거만함,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망상은 이 엷은 빛나는 점의 모습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었다. 우리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칼 세이건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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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4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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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은 전작과 달리 일본 추리소설의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에드가와 란포의 소설만을 다루고 있다.
그에 따라 한 가족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가지고 있고, 그동안 베일속에 있던 주인공의 엄마가 등장한다.

저자가 밝혔듯이 잘 안다고 한 작가의 고서를 다루기 때문에 전작에 비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함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소소한 책에 관한 이야기라는 강점이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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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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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과 흡입력은 누가 뭐래도 정말 최고인 것 같다.

그의 다작 덕분에 책 읽기 슬럼프가 올 때면 한 권씩 꺼내볼 수 있어 마치 비상금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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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추리 조선사 -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서 사도세자의 뒤주까지, 가정과 추론으로 재구성한 조선 이야기
김종성 지음 / 인문서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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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건국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만약에..그랬다면?˝이라는 질문을 통해 이미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선택한 주제들이 조선 역사에 있어 중요한 사건들이기에 책이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조선사에 있어 많이 아쉽게 생각하는 광해군의 몰락, 소현세자의 죽음, 정조의 갑작스로운 죽음등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무난하게 읽히는 과정에서도 작가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들이 꽤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자신이 찬 작가의 지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결론을 너무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는 부분까지는 동의할 수 없다. 역사에 있어 가정은 무의미한 결과론을 가지고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몽주가 이방원의 공격을 피하고 정권을 지켰다면 그는 다음 수순으로 돌입했을 것이다. 하나는 자신이 실권을 쥔 상태에서 고려왕조를 유지한 것이다. 이런 상태로 원명 교체기의 혼란응 넘겼다면 고려는 계속 생존했을 것이고, 정몽주는 진정한 의미에서 만고의 충신이 됐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성계처럼 신왕조 개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정몽주 자신이 신왕조의 주인이 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정도전처럼 정몽주도 다른 누군가의 참모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아무리 출중한 문신이라도 단독으로 권력을 잡기가 힘들다. p.44

상국에 체류하면서 상국의 신임을 받은 왕세자라 해서 즉위 이후에 상국을 충실히 떠받들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상국을 배반하고 자주 노선을 표벙할 수도 있었다. 상국 사람들 틈에서 처별당하고 비위를 맞추다 보면 상국에 대한 반감이 싹트기 쉽다. 소현세자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p.169

송시열의 말은 치국평천하에 앞서 격물, 치지, 성의, 정심부터 하라는 뜻이었다. 군비 증강을 주장하는 임금 앞에서 마음공부나 하라고말한 것이다. 군주를 조롱한 것이다.......효종은 정통성 문제로 시련을 겪은 임금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왕권 강화가 급선무였다. 송시열 회담 중간중간에 효종의 진의를 의시뫈 것은 송시열이 보기에도 효종은 북벌이 아니라 왕권 강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븍벌이 실제로 추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효종의 진짜 관심도 북벌에 있지 않았던것이다. p.179~180

중종실록에 따르면 중종12년 1월 23일 열린 석강에서 조광조는 소인도 군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상대편을 멸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화해 군자, 즉 자기편으로 만드는게 붕당정치의 목표였다........숙종시대 당쟁은 승자에게 ‘모‘응 안겨주었다. 패자에게는 당연히 ‘도‘였다. 이것은 승자 독식 풍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승자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 승자가 패자로 바뀌고 패자가 승자로 바뀌는 때가 오면 이전의 승자는 비참해지고 이전의 패자는 지독해졌다. p.200~203

일본의 조선 장악을 가능케 한 로젠-니시 협정 때부터 가속화됐다. 그때부터 조선이 거인국 사람들의 손아귀에 놓였기때문이다. 일본의 조선 장악을 가능케 한 로젠-니시 협정의 시초가 독일의 자오저우만 점령이었고, 자오저우만 점령이 칭다오맥주 생산으로 이어졌다. 독일의 점령이 없었다면 조선에서의 러일 세력 균형은 좀 더 오래 지속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조선의 멸망도 좀 더 늦어졌을 것이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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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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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특히 부검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난폭할만큼 독선적인 부검의 권위자,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외국인 의사, 아직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 수련의, 그리고 적절한 빈틈과 때로는 전문가다운 치밀함을 가진 형사.....이런 전형적인 캐릭터를 통해 죽은자가 말하는 사건의 진실을 얘기하는 소설이다.

부검이라는 다소 전문적이고 낯선 주제를 이처럼 전형적이고 소설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통해 흥미롭게 플어냈다고 하겠다. 기가막힌 반전의 묘미보다는 부검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더 흥미로운 작품인 것 같다.
속편격인 ˝히포크라테스 우울˝은 어떨지 궁금하다.
같은 작가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는 속편이 더 흥미로왔던 기억을 가지고 히포크라테스우울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조직은 좀처럼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아닌 다른 쪽으로 책임을 전가하려 합니다. 따라서 저는 조직의 지시에 따르는 일이 늘 공포를 느낍니다. 또 오류로 일어나는 손해를 누가 배상할 것인가가 조금도 가늠되지 않으니까요. 저는 그 점에 한해 교수님 지시는 늘 안심하고 따릅니다. 그분은 사리사욕을 채우는 터입은 아닙니다. p.163

살아있는 몸이든 죽은 몸이든 메스를 들어야할 때 들지 않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야. 그저 의사 면허라는 종이 쪼가리를 지녔을 뿐 똥파리지. p.198

살아있는 인간은 의도와 상관없이 거짓밀을 하지. 자기 자신을 지키기위해, 타인을 지키기위해, 그리고 조직을 지키기위해 어쩔 수 없이 때로는 당당하게 거짓말을 내뱉기도 해. 특히 책임을 지면 질수록 그런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그.속박으로부터 나도 자네도 벗어날 수 없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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