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리커버 특별판. 표지 2종 중 랜덤 발송) -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
한명기 지음 / 역사비평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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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외교 정책을 펼친 군주라는 책의 부제답게 이 책의 절반 가량이 당시 동아시아 정세와 광해군의 외교정책에 할애하여 서술되어 있다.
광해군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 책은 당시 주변정세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해석을 자세히 알려준다는 면만을 보더라도 의미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 하겠다.
하지만 반대로 책의 부제에 너무나 충실한 나머지(의도적이었겠지만.....) 광해군의 국내 실정(대규모 궁궐공사, 역모사건 등)에 대해서는 왕권강화 내지는 세자시절 겪었던 수모에 따른 컴풀렉스 등으로 인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 혹은 외치를 바쳐주는 내치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중점을 두고 서술되어 있다.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경험에 빠진 군주
- 오항녕의 광해군 - 그 위험한 거울
- 한명기의 광해군 - 탁월한 외교 정책을 펼친 군주
만약 광해군시대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3권의 책을 함께 읽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다.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극단적이다. 부정적인 평가의 경우, 인조반정을 성공시켜 광해군을 쫓아냈던 서인들의 집권이 이어진 상황에서 광해군에 대한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죽이기를 계속함으로써 그의 본 모습을 가리는 측면이 있다. 긍적적인 재평가는 식민사관(만선사관)이 지닌 정치적 노림수에 말려들 위험성이 적지 않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양쪽 압장 모두 지극히 정치적이다. p.33

광해군의 왕권은 정인홍과 이이첨의 협력을 받아 어느 정도 높아져 갔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은 더 높은 신권의 확보를 추구했다. 특히 이이첨이 왕권강화를 빙자하여 자신의 권력을 키워가고 궁극에는 그것을 남용한 것이 자신 뿐만 아니라 정인홍과 광해군도 파멸의 길로 몰아갔다. 인목대비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광해군과 맺은 악연의 끈도 참으로 질겼다. p.87

비록 정권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이이첨 등은 사림의 여론을 움직이고 그들의 심복을 얻오내는 것이 권력만으로 되지 않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 광해군과 더욱 밀착하는 수밖에 없었다. 왕권을 등에 업고 왕권강화를 외치면서 그것을 빌미로 자신들의 권력을 확대해가는 방식이다. 폐모살제의 비극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 p.131

궁궐건설에 대한 광해군의 집착은 일단 그의 소시뫈 성격, 왜란이후의 간난신고, 천도 사도가 좌절된 데 대한 보상 심리 등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겠다. 다음으로는 왕실의 위엄을 세우고 왕권의 위상을 높이려는 욕구와 연관된 것이다. p.152

왜란이 끝난 이후 명은 조선에게 그만큼 버거운 존재였다. 명이 도와주었다 그러므로 그 은혜를 보다봬애 한다는 의식이 퍼져가면서 명은 더욱 생색을 내고 조선은 부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와중에 명에서 심각해지고 있던 광세의 폐가 조선에서 변형되어 재현되었다. 요컨데 조선은 ‘재조지은‘을 ‘은‘으로 갚아야만 했다. p.182

원정군 가운데 1만은 조선의 정예병만을 선발하여 훈련했다. 이제 장수와 병사들이 서로 숙달하게 되었노라. 그러니 그대는 명군 장수들의 명령을 그대로만 따르지 말고 신중하게 처신하여 오직 패하지 않는 전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라. p.215

조정에는 ‘삼창‘이 조정 바깥에는 정인홍이 버티고 있었다. 서인이나 남인들의 눈에 그것은 철옹성이었다. 광해군 대에는 그 때문에 주변부에서 빙빙 돌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권력을 잡은 이상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창이나 정인홍의 정치적 행태는 배울 가치가 충분했다. 인조 반정 주체들 사이에서 ‘물실국혼‘, ‘숭용산림‘의 밀약이 나왔던 것은 바로 이론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p.287

아 훈신들이여 / 잘난 척하지 말아라
그들의 집에 살고 / 그들의 토지를 차지하고
그들의 말을 타며 / 또다시 그들의 일을 행하니
당신과 그들이 / 돌아보건디 무엇이 다른가
반정공신들의 행태에 비판적인 분위기는 이처럼 당시 사대부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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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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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지 내가 생각하기에 범죄에 동기 같은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이 자식을 죽여 버릴까 같은 생각은 누구든 한 범쯤은 떠올리지. 하비만 그걸 실행에 옮기는가 아닌가애 따라 그 사람의 영혼의 형태가 정해지네. 아무리 미사여구를 늘어 놓아도 싱제 자신의 손을 피로 물들인 인간은 억인이야. 재판관 엎에서 변명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에게는 할 수 없지. 그래서 도치노를 죽인 난 벌을 받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짐승으로 남을 거야.˝
˝적당히 좀 하십쇼˝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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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너머의 역사담론 1
오항녕 지음 / 너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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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넘치는 주장이 책의 전체를 이루고 있고 그 기조는 마지막까지 유지된다. 작가는 광해군시대는 잃어버린 15년이고 결국 두번의 전쟁 또한 그 실기의 업보라고 주장하며 이 책을 끝맺는다.
˝광해군 때 잃어버린 15년의 나라 꼴을 회복하는 데, 침략 전쟁 두번을 포함해서 인조, 효종 연간 30년 이상이 걸렸다. p.362˝
일국 사대주의를 처음으로 벗어나려는 시도로 인해 중립외교 측면만을 강조하여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운한 군주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가운데 광해군의 실정을 중심으로 폭정의 민낯을 시종일관 서술하는 점은 그가 소신있는 역사학자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않게 한다.
그와 더불어 실제 광해군 시대의 난맥상에 대해 충분한 사료를 통해 잘 서술하고 있어, 그 시대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는 데 훌륭한 지식을 제공해 준다 하겠다.

하지만 두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첫째, 작가가 말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어물쩍 넘어가는 대규모 궁궐공사의 불가피성 또는 과대포장된 대동법시행처럼, 작가는 당시 광해군의 대외정책에 대해 너무 어물쩍 넘어가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360쪽이 넘는 이 책에서 대외정책과 당시 국제정세와 관련된 내용은 정말 몇 페이지에 불과하다. 물론 이 책이 광해군의 폐위시 명시되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하더라도 이 부분은 그야말로 어물쩍이라고는 생각밖에 안든다.)
둘째, 인조 반정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다소 과도한 평가와 이후 벌어지는 두 번의 전쟁에 대한 원인 제공이 오직 광해군 시대의 난맥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시각이다. 물론 이 책이 인조시대에 발생한 두 번의 전쟁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의 시각이 광해군시대에 준비를 못했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했고 이후 왕조와 정권은 그것을 수습하였다는 인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광해군 시대를 읽고 있다.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광해군 시대를 재평가하던 논자들과 다르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조선의 문치주의라는 시스템의 측면과 사람들의 연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네트워크의 측면이다. 이것을 외치와 내치의 상관성, 즉 국제 정세의 영향이라는 변수 및 민생과 재정이라는 잣대를 겹쳐서 읽고 있는 중이다. p.218

그러나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100년에 걸쳐 부활하고 권세를 누리는 임금님을 향해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친다큰 것이 떨리지 않겠는가? 3년전에 처음 작은 목소리로 외쳤을 때도 떨렸지만 지금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자꾸 떠든다고 날 참수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학문은 다수결이 아니다. p.17

임해군 옥사는 큰아들이 아닌 작은아들이 즉위한 데 의심을 품고 있었던 명나라를 한층 자극했다. 결국 명나라는 사신을 보내 임해군을 면담하기에 이르렀고 이런 불리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전통적인 조명 외교 관계를 뇌물로 어지럽히면서 경제적인 궁핍까지 자초하고 말았다. 새로운 정치의 출발치고는 불길하고 불쾌한 서막이었다. p.81

안타까운 것은 유영경과 같은 오류가 광해군 즉위 후에 정인홍에 의해 반복되었다는 점이다......특히 광해군 2년 오현의 문묘종사를 번복하고자 광해군 3년 그가 일으킨 이언적과 이황의 배척상소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북 일파를 고립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이 두 학자의 후배들이었고 두 학자는 사림의 기억 속에 존경받는 인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p.129

그러나 반발은 의외로 거세었다. 그만큼 방납은 고질이 되어 있었고 방납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왕실과 권력층이 촘촘히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광해군의 지지 기반이었다. 그런 조건에 더하여 광해군은 대동법이라는 정책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광해군은 대동법이 아닌 공납제의 혐상 유지를 원했다. p.168

그럼에도 현재 광해군을 재평가하는 사람들이 눈을 감든지 어물쩍 넘어가는 사안 중의 하나가 광해군 대 내내 계속돤 궁궐공사다. 별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다. 광해군을 퍠위한 결정적 이유 중의 하나인 토목 공사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설사 주목하더라도 다른 정책이나 상황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왕권강화라는 일반적인 해석으로 숨어버린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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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 광해군일기,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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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에 대한 관점의 대척점에 있는 두 권의 책인 오항녕의 「광해군...그 위험한 거울」과 한명기의 「광해군」을 읽기 전 가급적 객관적인 사실을 통한 중립적인 시선을 가진 것으로 기억되는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긍정과 부정으로 해석하는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한번 더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치의 혼돈으로 인한 백성의 궁핍함과 많은 공사 동원에 따른 노고.....전쟁으로 인한 희생,죽음 그리고 이어지는 포로생활.....조선시대에 전자의 모습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늘 상존해 왔었고 후자의 모습은 크게 왜란과 호란으로 발생했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이 측면에서 그래도 광해군의 시대가 인조의 시대 보다는 더 좋은 점수를 줘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만화이기에 광해군의 시기별 얼굴 모습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린시절의 똘똘함이 느껴지는 모습, 세자시절 늘 불안한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죽여 살아가던 모습, 즉위 초기 각종 옥사를 치를 당시 울분에 찬 모습과 궁궐 공사와 미신에 빠져있을 당시 광기의 모습, 그리고 대외정책시 나라를 지키고 약소국으로써 살아남기위해 홀로 고분분투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유배지에서 끝까지 컴백을 끔꾸며 수모를 견디던 모습까지.....

이 책의 부제가 경험에 빠진 군주인 것처럼 작가가 이 책 말미에 말하고 있는 부분이 광해군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하겠다.
˝세자시절의 아픈 경험으로부터 조금만 자유로웠다면 빛나는 외교에서 보이듯 도그마에 사로잡히지 않은 열린 이성과 현실감각 그리고 유려한 솜씨로 내치도 성공을 거두었으리라.
그런 상황을 만든 부왕 선조의 책임이 크겠지만 누굴 탓하랴.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몫인 것을.˝

나이 어린 새어머니도 그녀의 친정도 치부에 열심이었지만 세자는 따로 축재하지 않았음은 물론 생활도 청빈하였다. 그렇게 16년을 살았다. 즉위했을때의 나이는 34세. 창업자인 태조에 견줄만큼 나라 곳곳을 누볐으며, 문종에 견줄만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새 임금이다.......과연 광해군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풍부한 경험을 살려 모두의 소망에 부응할 것인가? 쌓였던 16년의 한을 푸는 길로 나아가 조야의 불안을 현실화할 것인가? 모둔 것운 광해군의 선택에 달려 있었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그의 성공 여부도 달려 있다 하겠다. p.68

대동법을 좋아하지 않는 무리의 떼 지은 비방과 논의가 서울 안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으니 저 가난한 여염집의 애타는 소원이 어떻게 조정에 전달될 수 있겠습니까?
이 일을 비유하건대 병들고 수척한 사람이 굶었다가 겨우 한 술을 입에 넣었는데 금방 밥 그릇을 빼앗아 버리는 것과 같으니 그가 부르짖으며 괴롭고 절박해할 것은 사세상 필연적이라 할 것입니다. p.100

대부분의 선대 왕처럼 그역시 보수적이었다. 대동법 확대에 보인 태도는 로비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시대의 병운 치유되지 못했더라도 초기 몇 년 동안의 모습만 견지했다면 실패는 하지 않았을 것을. 광해군을 실패로 이끈 것. 광해군위 총명함을 집어삼켜 버린 것은 바로 옥사였다. p.102

천하가 온통 이이첨의 것처럼 비쳐지던 광해군 8년 12월 그의 전횡을 비판하는 성균관 유생의 상소 한장이 이이첨의.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삼가 성상께오선 먼저 이이첨의 위복을 멋대로 농락한 죄를 다스리고 다음에 유희분과 박승종이 임금을 잊고 나라는 저버린 죄를 다스리소서. 그 나머지 이이첨의 복심과 도당들에 대해선 당여를 모두 제거하라는 율법과 위협에 못 이겨 따른 자는 용서한다는 율법을 구분해 쓰소서. 그러면 종사에 다행이겠습니다......˝
상소를 올란 유생은 죽음을 면하고 유배 길에 올랐다. 유생의 이름은 윤선도였다. p.136

뜻은 좋소. 그러나 경들은 이 적들을 어찌보오? 우리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보오? 지난번 군병을 들여보낼 때 경들은 일거에 평정될 것 처럼 말했지만 보란 말이오. 명이 군병을 진열해 국경을 굳게 지킨다면 적이 비록 날뛴다해도 감히 업신여기진 못했을 것이오. 그런데 이 점은 생각 않고 가벼이 여겨 깊이 들어갔으니 패망은 예견된 일이었소.......모름지기 대국을 섬기는 일도 물론 해이해지면 안 되겠지만 기세가 왕성한 이적들을 잘 미봉하는 것이 오눌날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상책이오. 그런데도 이는 버려둔 채 강홍립 처자의 구금만을 논하고 있으니 웃음이 나옵니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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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 -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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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번역가, 신화연구자로 불리우며 한때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의 열풍을 주도 했던 작가가 쓴 신화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여행기를 쓰듯 들려주는 책이다. 또한 신화는 단순히 옛날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문화 현상에 아직까지 유효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 동시대의 것임을 강조하고 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고 작가의 가치관일 것이다.
개정판의 제목은 ‘신화 거꾸로 읽기‘이지만, 원래 제목은 ‘길위에서 듣는 그리스로마 신화‘이다. 개인작으로 원래 제목이 이 책의 내용과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고, 판본도 읽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작가의 말은 오랫동안 신화를 연구한 노학자의 식견이 느껴지는 문구다.
˝신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고대인의 종교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러문화 현상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거기에는 종교라는 이름의 강과 신화라는 이름의 발원지가 있습니다. 어른 되면서 내던져버린 어렸을 때의 것들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프리즘이 제작된 지 오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영국 시인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를 즐겨 암송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설렌다.
나 어렸을 때 그랬고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어버지
바라건데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가득 차기를.


신들 이야기. 영웅들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그 시대에 어울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데 그 변주의 흔적은 문화의 모습을 하고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신화를 이해하면 언제 어디에서나건 회화나 조상아니 구조물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신화 이미지가 우리에게 걸어오는 말은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내.나라 신화가 되었든 남의 나라 신화가 되었든 신화라는 것이 벌써 세계어에 편입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p.56

아름다운 처녀 데이아네이라를 사이에 둔 헤라클레스와 아켈로오스의 한판 싸움은 벌판에서 맞붙은 두 마리의 황소를 연상시킵니다. 헤라클레스의 승리는 뱀처럼 구불텅거리며 흐르다 우기가 되면 범람하는 강을 제방이나 운하로 다스린 말하자면 치수 사업의 성공 사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요? 강을 다스려놓으면 인근의 퇴적지는 옥토가 됩니다. 그 옥토야말로 씨앗만 묻어두면 저절로 자라 열매를 맺어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먹거리를 제공하는 풍요의 뿔 아니겠어요? p.102

박물관이 무엇인가요? 고고학적 역사학적 유물과 미술품이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싱하잖아요? ‘무사(Mousa)‘들은 예술을 장려하는 신녀들입니다. 예술작품만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고고학적 역사학적 유물들을 아우르는 것일까요? 이것들은 인류의 오랜 기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자료들 아닌가요? 어째서 무사들의 집에.인류 혹은 한 민족의 오랜 기억이 보존되고 있는 걸까요? 무사들의 탄생 스토리에 그 답이 숨겨져 있습니다.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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