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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ㅣ 너머의 역사담론 1
오항녕 지음 / 너머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파이팅 넘치는 주장이 책의 전체를 이루고 있고 그 기조는 마지막까지 유지된다. 작가는 광해군시대는 잃어버린 15년이고 결국 두번의 전쟁 또한 그 실기의 업보라고 주장하며 이 책을 끝맺는다.
˝광해군 때 잃어버린 15년의 나라 꼴을 회복하는 데, 침략 전쟁 두번을 포함해서 인조, 효종 연간 30년 이상이 걸렸다. p.362˝
일국 사대주의를 처음으로 벗어나려는 시도로 인해 중립외교 측면만을 강조하여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운한 군주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가운데 광해군의 실정을 중심으로 폭정의 민낯을 시종일관 서술하는 점은 그가 소신있는 역사학자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않게 한다.
그와 더불어 실제 광해군 시대의 난맥상에 대해 충분한 사료를 통해 잘 서술하고 있어, 그 시대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는 데 훌륭한 지식을 제공해 준다 하겠다.
하지만 두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첫째, 작가가 말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어물쩍 넘어가는 대규모 궁궐공사의 불가피성 또는 과대포장된 대동법시행처럼, 작가는 당시 광해군의 대외정책에 대해 너무 어물쩍 넘어가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360쪽이 넘는 이 책에서 대외정책과 당시 국제정세와 관련된 내용은 정말 몇 페이지에 불과하다. 물론 이 책이 광해군의 폐위시 명시되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하더라도 이 부분은 그야말로 어물쩍이라고는 생각밖에 안든다.)
둘째, 인조 반정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다소 과도한 평가와 이후 벌어지는 두 번의 전쟁에 대한 원인 제공이 오직 광해군 시대의 난맥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시각이다. 물론 이 책이 인조시대에 발생한 두 번의 전쟁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의 시각이 광해군시대에 준비를 못했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했고 이후 왕조와 정권은 그것을 수습하였다는 인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광해군 시대를 읽고 있다.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광해군 시대를 재평가하던 논자들과 다르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조선의 문치주의라는 시스템의 측면과 사람들의 연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네트워크의 측면이다. 이것을 외치와 내치의 상관성, 즉 국제 정세의 영향이라는 변수 및 민생과 재정이라는 잣대를 겹쳐서 읽고 있는 중이다. p.218
그러나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100년에 걸쳐 부활하고 권세를 누리는 임금님을 향해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친다큰 것이 떨리지 않겠는가? 3년전에 처음 작은 목소리로 외쳤을 때도 떨렸지만 지금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자꾸 떠든다고 날 참수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학문은 다수결이 아니다. p.17
임해군 옥사는 큰아들이 아닌 작은아들이 즉위한 데 의심을 품고 있었던 명나라를 한층 자극했다. 결국 명나라는 사신을 보내 임해군을 면담하기에 이르렀고 이런 불리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전통적인 조명 외교 관계를 뇌물로 어지럽히면서 경제적인 궁핍까지 자초하고 말았다. 새로운 정치의 출발치고는 불길하고 불쾌한 서막이었다. p.81
안타까운 것은 유영경과 같은 오류가 광해군 즉위 후에 정인홍에 의해 반복되었다는 점이다......특히 광해군 2년 오현의 문묘종사를 번복하고자 광해군 3년 그가 일으킨 이언적과 이황의 배척상소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북 일파를 고립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이 두 학자의 후배들이었고 두 학자는 사림의 기억 속에 존경받는 인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p.129
그러나 반발은 의외로 거세었다. 그만큼 방납은 고질이 되어 있었고 방납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왕실과 권력층이 촘촘히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광해군의 지지 기반이었다. 그런 조건에 더하여 광해군은 대동법이라는 정책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광해군은 대동법이 아닌 공납제의 혐상 유지를 원했다. p.168
그럼에도 현재 광해군을 재평가하는 사람들이 눈을 감든지 어물쩍 넘어가는 사안 중의 하나가 광해군 대 내내 계속돤 궁궐공사다. 별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다. 광해군을 퍠위한 결정적 이유 중의 하나인 토목 공사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설사 주목하더라도 다른 정책이나 상황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왕권강화라는 일반적인 해석으로 숨어버린다.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