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 -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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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번역가, 신화연구자로 불리우며 한때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의 열풍을 주도 했던 작가가 쓴 신화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여행기를 쓰듯 들려주는 책이다. 또한 신화는 단순히 옛날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문화 현상에 아직까지 유효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 동시대의 것임을 강조하고 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고 작가의 가치관일 것이다.
개정판의 제목은 ‘신화 거꾸로 읽기‘이지만, 원래 제목은 ‘길위에서 듣는 그리스로마 신화‘이다. 개인작으로 원래 제목이 이 책의 내용과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고, 판본도 읽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작가의 말은 오랫동안 신화를 연구한 노학자의 식견이 느껴지는 문구다.
˝신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고대인의 종교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러문화 현상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거기에는 종교라는 이름의 강과 신화라는 이름의 발원지가 있습니다. 어른 되면서 내던져버린 어렸을 때의 것들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프리즘이 제작된 지 오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영국 시인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를 즐겨 암송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설렌다.
나 어렸을 때 그랬고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어버지
바라건데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가득 차기를.


신들 이야기. 영웅들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그 시대에 어울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데 그 변주의 흔적은 문화의 모습을 하고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신화를 이해하면 언제 어디에서나건 회화나 조상아니 구조물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신화 이미지가 우리에게 걸어오는 말은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내.나라 신화가 되었든 남의 나라 신화가 되었든 신화라는 것이 벌써 세계어에 편입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p.56

아름다운 처녀 데이아네이라를 사이에 둔 헤라클레스와 아켈로오스의 한판 싸움은 벌판에서 맞붙은 두 마리의 황소를 연상시킵니다. 헤라클레스의 승리는 뱀처럼 구불텅거리며 흐르다 우기가 되면 범람하는 강을 제방이나 운하로 다스린 말하자면 치수 사업의 성공 사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요? 강을 다스려놓으면 인근의 퇴적지는 옥토가 됩니다. 그 옥토야말로 씨앗만 묻어두면 저절로 자라 열매를 맺어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먹거리를 제공하는 풍요의 뿔 아니겠어요? p.102

박물관이 무엇인가요? 고고학적 역사학적 유물과 미술품이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싱하잖아요? ‘무사(Mousa)‘들은 예술을 장려하는 신녀들입니다. 예술작품만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고고학적 역사학적 유물들을 아우르는 것일까요? 이것들은 인류의 오랜 기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자료들 아닌가요? 어째서 무사들의 집에.인류 혹은 한 민족의 오랜 기억이 보존되고 있는 걸까요? 무사들의 탄생 스토리에 그 답이 숨겨져 있습니다.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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