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자가 아닌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이 책의 글 속에는 다른 작가들보다 더 많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한 단어, 한 문장에 신중함과 여러번 확인한 흔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해당 분야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 흔적과 더불어 시중에 나와있는 전문 서적과는 다른 매력을 담아야 겠다는 의지도 잘 반영되어 있는 같다.작가는 미술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미술을 탐독하며 공부하였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온라인 연재를 통해 글쓰기와 대중의 반응에 대한 경험도 충분히 있는 것 같다.이 책 역시 온라인에 연재하여 검증된 것들 중에서 취사선택하여 책을 엮은 것이기에 다루고 있는 화가와 그 주제가 매우 흥미로웠다.˝새로우면서 때로는 익숙함 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도 식상하지 않기˝다만, 책의 분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작가를 다루고 있어 작가의 미술 작품을 책에 많이 담지 못한 점은 아쉽다. 다음에는 좀 더 깊은 얘기를 하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첫번째 기행문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여행 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기위해 노력한 작품인 것 같다. 그곳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필수적인 배경지식만을 통해 작가가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에 대한 감상(만족과 실망)에 더 충실한 글쓰기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작가가 잘 알지 못하는 도시에 대한 기행문이 더 인상적이었던 거 같다.물론 역사적 배경이 좀 더 중요한 도시에서는 전체 역사적 개괄을 설명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를 가급적 최소화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느낀건 순전히 내 느낌만 일수도 있다.누구나 그렇듯 가기 힘든 여행지라면 가능한 많은 것들을 두 눈으로 보고와야하는 의무감 혹은 본전 생각으로인해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녀왔는가가 가장 중요한 여행의 과제이자 목적일 경우가 많다.이런 점에서 이 책은 그곳은 가기전 좋은 가이드가 될수 있을 것 같다. 작가는 가급적이면 일반 사람들, 특히 자주올 수 없는 대다수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그 여행지에서 의미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해 구분하여 설명하려는 노력이 읽혀지기 때문이다.이번 책은 작가의 폭넓은 지식과 그 만의 쉬운 문체를 통해 유럽도시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주는 것과 아울러 더 인간적인 그리고 평범한 여행자의 입장까지 반영되어 있는 점이 내게는 더 마음에 든다.그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오랜된 가짜 뉴스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뿐이다. ˝폴리스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내린 결정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을 회피하는 것이 옳은가? 모두가 그렇게 할 경우 폴리스가 존속할 수 있는가?˝ 아테네 민주주의의 성장과 쇠락과 죽음, 그리고 일시적 부활을 모두 겪었던 소크라테스는 독 당근즙을 마시는 행위로 자신이 던진 철학적 질문에 대답했다. p.73마지막 밤, 불 밝힌 파르테논과 리카비토스 언덕 꼭대기가 보이는 식당에서 아테네를 샹각했다. 찰학과 과학과 만주주의가 탄생한 고대 도시, 1천50백년 망각의 세월을 건너 국민국가 그리스의 수도로 부활한 아테네는 비록 기운이 떨어지고 색은 바랬지만 내면의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었던 어제의 미소년이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끝에 주름진 얼굴을 가진 철학자가 되었다고 할까. 그 철학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큰소리로 말하지 않고 오래된 양복에 가려진 기품을 알아볼 책임을 온전히 여행자에게 맡겨두고 있었다. P.87판테온 건축양식의 함은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다.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은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은 관청과 대학 건물에 둥근 지붕을 얹으려고 애쓴다. 일본 육사를 나온 박정희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붕을 돔 형태로 짓게 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판태온 앞에 맛있는 절라또 카페가 있다는 소문은 무시하는게 좋다. 젤라또는 로마 어디서 먹어도 다 맛이 좋았다. 도떼기시장처럼 인파가 우글대는 판테온 근처 젤라또 가페 주변을 서성이면서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로마 여향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미련한 행동이라고 본다. P.128이스탄불은 확실히 터키공화국보다 큰 도시였다.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유산 가운데 터키 만족주의가 포용하지 못하는 모든 것은 터키식 커피로 이름이 바뀐 오스만식 커피 잔 바닥의 분말처럼 가라앉고 말았다. 자신의 궁전에 유배당한 왕을 보면 이런 느낌이 들까? 마지막 일정을 마친 밤, 잠들기 전에 이스탄불에 위로를 보냈다. P.241루브르를 지배하는 것은 작품의 아름다움과 예술가의 열정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권력의 횡포, 집단작 허영심이다. 작어도 내 느낌은 그랬다. 루브르 건물은 프랑스의 국력과 왕의 권력에 비례해 커지고 화려해졌다. P.260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대다수 인간들은 유혹과 이기심앞에 흔들릴 수 밖에 존재이다. 인간 본성이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고, 이기적 유전자의 운반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이 책의 저자는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고 이기적 존재이기때문에 환경과 기회로인해 간신이 생겨나고, 또 절대권력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변 환경과 기회에 대해 본인 얼마만큼 동조하느냐에 따라서 그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말하고 있다.결국 작가는 인간 스스로의 본성에 호소하기 보다는 시스템에 의해 권력을 견제해야 폭군이든 독재자든 간신이든 어떠한 형태로 발생하는 권력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겠다.하지만 이 시스템의 주류가 한마음으로 간신처럼 권력을 사유화 하거나, 그들의 이익을 사수하기위해 지속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다면 어떨까? ˝이익에대한 욕망˝ 이 개념으로 간신들을 바라보길 바란다. 이것은 간신들뿐만 아니라 역사 전체, 아울러 우리 삶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이야기다. 시대마다 또 저마다 기준이 다른 선악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을 움직이는 힘인 ‘이익의 흐름‘으로 이들을 바라보기 바란다. 전혀 새로운 관계도가 들장할 것이다. p.38인조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김자점이란 간심을 만들어 냈다. 인조가 없었다면 김자점은 없었다. 만약 인조가 반정으로 왕이 되지 않았다면, 두 번에 걸친 호란에서 패배하지 않았다면, 패배했더라도 삼전도의 치욕을 겪지 않았다면 김자점과 같은 인물은 필요치 읺았을지도 모른다. p.87권력른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지지않으면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 간신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에게 그런 환경이 주어진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간신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원형은 특별하게 어긋난 인간, 타고난 간신배가 아니었다. 오히려 보통사람에 가까웠다. 간신은 간신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p.121그 나머지 사람들은 일본의 식민 지배라는 새로운 체제를 별 저항없이 받아들였다. 이를 체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 간의 경험을 통해 일본의 지배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각오했기에 반 쯤 포기한 상태에서 침략을 받아들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때 한반도를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이런 무기력한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이완용 같은 이에게 ‘기회‘를 준 당시의 권력에게 있다. 망국의 역사에 매국노는 없다. 매.국.노.˝들˝이 있을 뿐이다. p.189그렇다면 원균이 없었으면 조선은 전란을 보다 쉽게 넘길 수 있었을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원슌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원균이 등장해 그 역할을 계속했을 것이다. p.218
책의 내용을 떠나 책을 만든 기획력과 제목 그리고 표지 이 세가지가 정말 뛰어난 책인 것 같다. 표지와 제목은 이 책이 무엇을 얘기하든지간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책의 크기 또한 포켓북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작은 사이즈이다. 여행 이나 출장갈 때 함께하기 딱 좋을만큼의 크기이다. 이런 모든 점에서 책의 기획력을 높지 사지 않을 수 없다.그렇다면 책의 내용은 어떠한가?7명의 인물을 통해 그간 일반적으로 알려졌던 사실 혹은 오해할 만한 사실들에 대해 작가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대중 역사서에 충실하게 많은 일화들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2년전쯤 작가의 ‘정기문의 식사‘라는 책을 흥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에 금방 손이 갔던 거 같다. 이 책은 분량과 다루는 인물의 숫자를 보더라도 좀 더 가볍게 서양사를 이해하게끔 쓰여진 책인 거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유럽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면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구약성경을 읽다 보면 다윗이 원래 이스라엘 족속의 애국심이 강한 청년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용병을 거느린 용병대장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독자적인 군대를 거느리고 어느 편이든 돈을 많이 주는 쪽을 위해 싸웠다.........그런데 사울이 갑자기 죽게되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시 다윗에게 접근했다. 다윗은 그들의 청을 받아들여 팔레스타인 군주인 아기스를 배반하고 다시 이스라엘 쪽으로 왔으며 그 후 자신의 군사력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다. p.47그들이 네로를 비판했던 이유는 주연을 베풀 때조차 네로가 과습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네로는 지배층이 받아왔던,합당한 대접을 부정하고, 무명의 시민들을 환대했다. 좋은자리는 상층 엘리트가 아니라 노예, 검투사와 같은 하층민에게 내주었다. 예전에 귀족들은 좋은 자리에서 자기들끼리좋은 음식을 먹었지만, 네로가 베푼 주연에서는 구석에서 하층민과 어울려 식사해야 했다. 그런 식사를 하고 나온 귀족들은 네로를 천하의 나쁜 놈으로 규정하고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없애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p.124신분을 따지자면 농민, 부르주아, 그리고 도시의 민중은 모두 제3신분이었다. 프랑스.혁명 때 줄곧 주도적인 역할을했던 시에스에 따르면 제3신분은 국가와 사회 유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하고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것‘이지만 귀족으로뷰터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p.277당통과 함께 산악파의 주요 지도자 마라는 ˝자유는 폭력을 통해서만 확립될 수 있습니다.국왕들의 독재를 분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자유의 독재를 조직할 시기가 도래할 것입니다˝라고 연설했다. 마라는 이 연설에서 혁명을 지키려면 폭력으로 독재를 해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통은 마라의 견해에 적극 동의하여 고안위원회를 창설했다. 이렇게 공포정치의 주요 기관인혁명재판소와 공안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공포‘를 휘두르고 있을 때 프랑스의 최고 지조자는 로베스피에르가 아니라 당통이었다. p.303
고려사의 재발견이라는 전작을 읽은이후 새 책 출간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고대와 중세사회 사이에 존재하는 고려시대는 참 흥미로운 점이 많은 것 같다. 또한 불교와 유교 지배 이데올로기 사이에 존재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전체적으로 다른 시대상보다 다양한 생각과 문화들이 더 많았던 시대인 것 같다.하지만 나에게 고려는 전기 왕권강화 시점과 후기 원쇠퇴기와 찾아온 개혁과 혼란의 시점 그리고 먈망이라는 이 두 가지에 대한 지식이 대부분이었다.이 책을 읽다보면 원간섭기의 고려시대에 대해 몰랐던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즐겁고 그 당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준다작가가 서문에서도 밝히듯이 이 책에서 다룬 인물은 16명(견훤,궁예,왕건을 제외하면 13명)으로 고려시대의 기간을 생각하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고려시대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짧지만 임팩트있게 읽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책의 분량이 많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고려시대를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여기에는 원의 제후국으로 전락한 고려는 천자제후 관계에 입각해 두 나라 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고 서술하려는 이른바 ‘당대사‘ 연구가 14세기 이후 성행했던 배경이 깔려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이제현 같은 역사가들의 여사서술이 조선 초기 고려사》 편찬 과정에 반영되었다. 자연히 대몽항쟁 관련 기록은 많이 누락될 수밖에 없었다.p.60최영의 처단과 죽음은 고려 말 이후 천자 제후의 사대 명분질서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출발점이었다. 조선시대 이후 중국 대륙의 천자는 불변의 존재이며, 해동의 왕조는 제후로만 존재한다는 사대 명분질서가 정치, 사회, 사상 및 문화 전반을 규정하는 이념으로 굳게 자리잡는다. 중국 대륙의 천자와 구분되는 해동천자가 존재한다는 다원주의 이념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고려 다원사회는 설 땅을 잃게 되었다. 최영의 죽음은 해동천자의 자존의식을 강조한 고려 특유의 다원적 천하관이 종말을 고했음을 암시한 것이었다. p.87이러한 시대 변화에 편승해 부곡인 출신의 역관인 유청신은 원나라 황권의 총애를 받는 등 권력층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었다. 원나라의 지배가 고려 기득권층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주었을지언정, 잃을 것이 없는하층민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그러나 사대부 중심의 정치질서를 구축하려던 조선 초기 역사가들에게 하층민의 지배층 진출은 결코 달갑지 않았다. 그들은 사농공상은 각자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이른바 사민 분업론 위에서 사 계층만이 지배계층이 되어야 한다는 신분관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유청신이 간신전에 실린 이유일 것이다. p.117이규보는 《삼국사기)가 신화와 전설을 생략한 것은 세상을 바로 다스리기 위해 편찬된 역사책이기 때문이라 했다. 군주와 신하의 선악과 중. 나라와 백성의 안위에 관한 사실을 드러내어 후대에 역사의 고을 남기기 위해 《삼국사기>를 편찬했다는 김부식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김부식은 신화와 전설 위주의 고대적 역사인식에서 탈피해 당시 등아시아의 보편적 이념인 유교이념에 입각한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삼국의 역사를 새롭게 편찬하려 했던 것이다. p.156이승휴의 다원젓인 역사인식은 여러 경로를 통해 형성된 것이지만, 두차례 원나라 사행이 그의 세계관과 역사인식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은 분명하다. 제왕운기에서 세계제국 원나라의 강대함을 강조한 서술은 외면하고 단군조선을 강조한 내용에만 주목할 이유는 없다.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왕운기 속에는 단군을 간조하는 자주의 측면과 원나라를 상국으로 인식하는 일종의 사대적 측면의 역사인식이 공존하고 있다. 다원적 역사인식이라는 또 다른 특성을 제왕운기에서 발견하게 된다.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