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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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은 누가 아무도 그러한 권리 혹은 자격을 준 것도 아닌데 사회 어느 곳이나 스스럼없이 찾아가서 들려다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떤 기레기처럼 밤늦게 여성 혼자 사는 집 현관에 그 역겨운 얼굴을 내밀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 기자들에게 불쑥 찾아와도 되도록 허락해 주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사회 약자편에서 약자의 목소릴 대변해 준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오랜 기간 직업으로서의 기자가 그간 직,간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할 만한 여러가지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기자의 모습이고 앞에서 얘기했던 기자가 어느곳이든 찾아갈 수 있는 배려를 해주는 이유이다.

기자들 스스로를 흑화하여 기레기가 되기 보다는 사람에 대한 예의, 무엇보다 진실에 대한 예의를 지켜 스스로 기자가 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지만......그들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들은 돈과 권력 그리고 사회적 성공만이 목마른 그런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때문에 내가 그들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정말 그들을 혐오하는 이유는 그들 자신의 선택적 분노와 선택적 진실을 마치 사회 공통의 정의라는 것으로 포장해서 대중과 스스로를 기만하기 때문이다.
내가 경멸하는 이런 이유로 인해 기자들은 사람에 대한 예의는 없고, 오로지 돈과 권력에 대한 복종만 있지만 더 꼴불견인 것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조커)영화를 보고 어떤 관객이 인터넷에 남긴 ‘한 줄평‘, 기억나나? ˝착하게 사는 것은 높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같지만, 포기하고 내려갈 때는 너무나도 빠르고 즐겁다.˝ 바로 그거네. 착하게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것. 정말로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고 즐겁게 내려갈 수 있지. P.24

그때 그 검사들은 기자들을 어떻게 여겼을까. 입 벌리고 먹이 달라고 졸라대는 병아리들을 연상하지 않았을까. 검사들과잘 지내는 것은 특종과 낙종이 매일 포탄처럼 터지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1 조건이었다.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이상하다고? 회사에서 ˝일 못한다˝, ˝무능하다˝고 욕먹는 게죽기보다 싫었다. p.117

‘좋은 게 좋다‘는 좋은 것인 양 들린다. 착각은 금물이다. 좋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건 아니다. ‘좋은 게 좋다‘는 규칙에는선택과 배제의 원칙이 적용된다. 정치권력-재벌권력 검찰권력-사법권력-언론권력의 펜타곤 안에서만 유통되는 가상화폐다. 서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짬짜미다. 그 피혜는 고스란히 펜타곤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 전가될 수밖이 없다. 그들에게 좋은 게 좋은 것은 아니다. P.167

관료와 정치인, 언론인들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이유는 어떤 정부, 어떤 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자신들의생각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이익에 맞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왕조의 망령은 되살아난다. 고백하건대, 그 범주 안에 내 얼굴도 보인다. 지금은 미담을 나눌 때가 아니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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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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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첫 도둑질은 살아남기 힘든 북극에서 벅이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증표였다. 환경 변화에 순응할 수 있는 그의 적응력을 암시했는데 그것이 없으면 곧바로 끔찍한 죽음을피할 길이 없었다. 그것은 한 걸음 나아가 그의 도덕성이 마모되고 붕괴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생존경쟁이라는 무자비한 투쟁에서 도덕성은 허영에 불과하고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개인의 감정과 재산을 존중하는 것은 사랑과 동포애의 법이 발휘되는 남부에서나 가능했다. P.33

그러나 손턴을 사랑하는 벅의 마음이 아무리 강해도 그것은 부드러운 문명의 산물이었고, 북극이 불러일으킨 원시적 기질은 그대로 살아 벅의 내부에서 꿈틀거렸다. 불과 지붕의 산물인 충성심 그리고 헌신적 사랑과 마찬가지로 야생의 거친 본성과 약샥빠른 책략도 그의 것이었다. P.94

그는 공터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 좀 더 주의 깊게 그 소리를 들었다. 바로 그 부름, 여러 곡조가 합쳐진 부름이었고 어느 때보다 더 유혹적이고 절실하게 울려 퍼졌다. 처음으로 그는 부름에 복종할 준비가 되었다. 손턴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를 묶어 놓았던 마지막 끈이 끊어진 것이다. 인간 그리고 인간의 어떤 요구도 그를 더 이상 묶어 놓지 못했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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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이세라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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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그림이 많은 챕터부터 읽었고, 그것이 마지막 챕터였다.
작가가 가장 숨기고 싶을만큼, 혹은 머리속에서 지우고 싶을만큼의 경험에 관한 얘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본인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얘기를 하기위해서 상대적으로 낯선 그림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4번째 챕터는 그림에 매몰되기 보다는 작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같다.

책 뒷편에 있는 추천사에 이런 문구가 있다.
˝글을 읽으며 마음이 먹먹해져서 눈물이 났다. 이런 용기있는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힘을 냈을지 짐작이 되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특히 그녀와 나이가 같거나 많은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구다.

다음 책에서는 본인의 경험을 전면이 드러내기보다는 그 경험을 통한 작가로서의 메시지를 기대해본다.



리카르드 베르그의 〈북유럽의 여름밤〉을 처음 봤을 때 ‘이상적인 간격‘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 두 남녀가 발코니에서 백야 중인 북유럽의 저녁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에서 들어오는 빛은 여성의 허리 부근과남성의 오른쪽 다리를 부드럽게 비춘다.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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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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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도 과연 저들처럼 눈이 멀게 될까. 대체 어떤 이유로 나는 지금까지 눈이 멀지 않은 걸까. 그녀는 피곤한 표정으로 두 손을들어올려 머리카락을 풀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곧 우리 몸에서 나는 악취가 코를 찌를 거야. 그때 한숨 소리가 들렸다. 
신음, 처음에는 숨을 죽인 가운데 시작된 아주 작은 울음소리, 언어처럼 들리는 소리, 언어여야 하는 소리. 그러나 언어의 의미는 점점 높아지는 소리에 묻혀 사라져버렸다. 
그 소리는 외침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마침내 무겁게 씩씩거리는 숨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P.137

그들은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어린아이들처럼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이 사람들을 실망시킨다면,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었음에도 불구하고그럭저럭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무엇에는 익숙해진다는 것, 특히 사람이기를 포기했을 경우에는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그녀 역시 눈이멀어야 했다. 물론 그들은 아직 사람이기를 포기할 지경에는이르지 않았지만, 이제 엄마를 찾지 않는 사팔뜨기 소년도 조건에 익숙해지는 사람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p.316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의사의 아내는 일어나 창으로 갔다. 그녀는 쓰레기로 가득찬 거리,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노래부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든것이 하얗게 보였다. 내 차례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눈길을 얼른 아래로 돌렸다.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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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인문학 책상 위 교양 21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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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사회현상을 철학, 사회과학을 통해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잘 다루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인문학 입문서로 딱이라 할 수 있다.

제목처럼 정말 미술관 ˝옆˝ 인문학이다.
미술관 ˝안˝ 인문학은 아니다.

친숙한 또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미술작품을 모티브로하여 인문학의 주요 이론들과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미술 작품의 역할은 모티브, 딱 거기까지다. 그래서 미술관 안에 있는 인문학이 아니라 미술관 옆이 있는 인문학이다.
작가가 미술작품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거나해서 적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좀 더 쉽게 설명하기위한 도구로 쓰기위해 절제했다는 느낌이 든다.


고야는 전쟁의 끔찍한 현실을 그림을 통해 고발했다. 하지만 새로운 전쟁이 이성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이성의 과잉 때문이라는 것까지는 인식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쟁 자체의 처참함에 대해 몸서리쳤다.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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