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 광해군일기, 개정판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물에 대한 관점의 대척점에 있는 두 권의 책인 오항녕의 「광해군...그 위험한 거울」과 한명기의 「광해군」을 읽기 전 가급적 객관적인 사실을 통한 중립적인 시선을 가진 것으로 기억되는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긍정과 부정으로 해석하는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한번 더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치의 혼돈으로 인한 백성의 궁핍함과 많은 공사 동원에 따른 노고.....전쟁으로 인한 희생,죽음 그리고 이어지는 포로생활.....조선시대에 전자의 모습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늘 상존해 왔었고 후자의 모습은 크게 왜란과 호란으로 발생했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이 측면에서 그래도 광해군의 시대가 인조의 시대 보다는 더 좋은 점수를 줘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만화이기에 광해군의 시기별 얼굴 모습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린시절의 똘똘함이 느껴지는 모습, 세자시절 늘 불안한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죽여 살아가던 모습, 즉위 초기 각종 옥사를 치를 당시 울분에 찬 모습과 궁궐 공사와 미신에 빠져있을 당시 광기의 모습, 그리고 대외정책시 나라를 지키고 약소국으로써 살아남기위해 홀로 고분분투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유배지에서 끝까지 컴백을 끔꾸며 수모를 견디던 모습까지.....
이 책의 부제가 경험에 빠진 군주인 것처럼 작가가 이 책 말미에 말하고 있는 부분이 광해군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하겠다.
˝세자시절의 아픈 경험으로부터 조금만 자유로웠다면 빛나는 외교에서 보이듯 도그마에 사로잡히지 않은 열린 이성과 현실감각 그리고 유려한 솜씨로 내치도 성공을 거두었으리라.
그런 상황을 만든 부왕 선조의 책임이 크겠지만 누굴 탓하랴.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몫인 것을.˝
나이 어린 새어머니도 그녀의 친정도 치부에 열심이었지만 세자는 따로 축재하지 않았음은 물론 생활도 청빈하였다. 그렇게 16년을 살았다. 즉위했을때의 나이는 34세. 창업자인 태조에 견줄만큼 나라 곳곳을 누볐으며, 문종에 견줄만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새 임금이다.......과연 광해군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풍부한 경험을 살려 모두의 소망에 부응할 것인가? 쌓였던 16년의 한을 푸는 길로 나아가 조야의 불안을 현실화할 것인가? 모둔 것운 광해군의 선택에 달려 있었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그의 성공 여부도 달려 있다 하겠다. p.68
대동법을 좋아하지 않는 무리의 떼 지은 비방과 논의가 서울 안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으니 저 가난한 여염집의 애타는 소원이 어떻게 조정에 전달될 수 있겠습니까?
이 일을 비유하건대 병들고 수척한 사람이 굶었다가 겨우 한 술을 입에 넣었는데 금방 밥 그릇을 빼앗아 버리는 것과 같으니 그가 부르짖으며 괴롭고 절박해할 것은 사세상 필연적이라 할 것입니다. p.100
대부분의 선대 왕처럼 그역시 보수적이었다. 대동법 확대에 보인 태도는 로비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시대의 병운 치유되지 못했더라도 초기 몇 년 동안의 모습만 견지했다면 실패는 하지 않았을 것을. 광해군을 실패로 이끈 것. 광해군위 총명함을 집어삼켜 버린 것은 바로 옥사였다. p.102
천하가 온통 이이첨의 것처럼 비쳐지던 광해군 8년 12월 그의 전횡을 비판하는 성균관 유생의 상소 한장이 이이첨의.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삼가 성상께오선 먼저 이이첨의 위복을 멋대로 농락한 죄를 다스리고 다음에 유희분과 박승종이 임금을 잊고 나라는 저버린 죄를 다스리소서. 그 나머지 이이첨의 복심과 도당들에 대해선 당여를 모두 제거하라는 율법과 위협에 못 이겨 따른 자는 용서한다는 율법을 구분해 쓰소서. 그러면 종사에 다행이겠습니다......˝
상소를 올란 유생은 죽음을 면하고 유배 길에 올랐다. 유생의 이름은 윤선도였다. p.136
뜻은 좋소. 그러나 경들은 이 적들을 어찌보오? 우리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보오? 지난번 군병을 들여보낼 때 경들은 일거에 평정될 것 처럼 말했지만 보란 말이오. 명이 군병을 진열해 국경을 굳게 지킨다면 적이 비록 날뛴다해도 감히 업신여기진 못했을 것이오. 그런데 이 점은 생각 않고 가벼이 여겨 깊이 들어갔으니 패망은 예견된 일이었소.......모름지기 대국을 섬기는 일도 물론 해이해지면 안 되겠지만 기세가 왕성한 이적들을 잘 미봉하는 것이 오눌날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상책이오. 그런데도 이는 버려둔 채 강홍립 처자의 구금만을 논하고 있으니 웃음이 나옵니다.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