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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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꺼져가는 생명과 분투하며 현직 의사가 깨달은 '사람의 행복'

이 책의 저자 나쓰카와 소스케는 필명으로 나쓰는 '나쓰메 소세키', 카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스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소는 나쓰메소세키에서 떠온 것이다.

한국은 내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48.9%는 건강이 나빠져도 집에서 지내길 원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10명 중 7명이 병원과 시설을 전전하다 집 밖에서 임종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다다미방’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사망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병원의 목표는 환자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다수 한국 노인들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과 대조되는 이야기다. 일본이 초고령사회에 일찌감치 대비해 왔고 집에서 임종하길 원하는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의료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방문간호수가를 만든 이후 노인들이 가능한 오랫동안 지역사회(집)에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의료, 간호, 복지, 예방 등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대학병원 전문의로 근무하다가 여동생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고아 조카의 부양 부담을 온전히 짊어지기 위해 방문전문중소병원인 하라다병원으로 직장을 옮긴 내시경시술의 최고경지 기술을 가진 의사 마치 데스로의 의술과 인술에 대한 철학, 그리고 대학 병원에서 의료기술의 첨단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분투하는 하나가키 다쓰오의 의술에 대한 철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얼마전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낭만닥터>의 한석규를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다.

스피노자는 불가사의한 철학자였다. 짦은 일생을 사는 동안 역사에 남을만한 대작을 남겼는데, 외람된 저술 때문에 평생 많은 비난과 박해를 받아 결국 철학의 주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죽기 직전까지 집필은 계속 되었다고 한다.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한 장인의 기술이다. 그의 작품에는 힘든 삶을 산 사람 특유의 비장함이나 절망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틈틈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닌 흐린곳 하나 없는 선명한 렌즈여야 가능한 삶이다. 이러한 철학이 데스로의 의사로서의 철학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바탕이 된 것이다.

데스로는 의사의 품격을 두가지로 이야기 한다.

질병을 대하는 과학자와 인간을 대하는 철학자의 품격이다. 환자나 주변의 보조와 관계의료인에게 '안심'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치료 중 하나로 인식한다. 현대 의료는 엄청난 분업으로 환자에게 '불안'을 제공한다. 의료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세부적인 분업의 극치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의 관심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병의 치료에만 집중할 뿐 사람의 몸 전체를 아우르는 진료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환자의 얼굴은 커녕 환자의 바램은 무시되어버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환자의 또다른 고통을 들어줄 여유마져 점차 사라지고있는 의료 현실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새삼 힘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들 대부분이 마지막 삶을 요양원이나 의료시설에서 마치는 현실은 환자의 바램을 철저히 무시한 의술최선주의에 따른 인간성 무시와 회피의 결과이다.

인간적인 임종이란 환자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의료진의 의료철학이 인간을 중심에 둔 '안심'일 때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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