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시끄럽게만 돌아가던 80년대 후반에 오로지 신학대학만큼은 가지않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법과 대학을 선택하여 입학했다
그리고 친한친구도 없고 그냥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책을보다가하는 지루한일상속에서 그녀를 알게됬다
가끔 집회를 하는걸 구경하게 됬는데 검은뿔테안경에 하얀피부를 가진그녀는 화장만 좀하면 이쁠것같다는 생각을 하게됬는데 그녀는 언제나 집회의 선봉이었고 소위잘나가는 운동권학생이었다
1년간은 별로 부딛칠일도 없는데 2학년 형법각론 중간고사때였다
내 뒷자리에 앉은 그녀는 씩웃으면서 "좀 도와줘요" "나 중에 한잔살테니" 밉지않은 미소였지만
나는 내양심이 허락하지않아 그녀에게"법을 전공한사람이 그렇게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면 누가 법을 지킵니까? 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때 그녀가 던진 그말이 완전히 내인생을 바꾸어 놓을줄을 몰랐다
"그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사법시험패스 해서 판검사 되면, 사람들에 대한기본적 지식이나 상황판단도
못하는 사람이 어찌 남에게 잘못했다고 판단을 내리겠어요?"
"댁같은 분들은 시험 안치시는게 좋겠어요"
"뭐요? 말다했어요?"
중간에 아이들이 말리고 시험을 치면서 오로지 뒷자리에 그녀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바람에 시험은 치는둥 마는둥 하고 나와서 그녀를 기다렸다
빰이라도 한데 갈겨주고 싶었는데 막상 그녀가 나오는데 날보면서 또 씩웃는거였다
"날 기다렸어요? 데이트 신청이라도 할려고?"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두꺼운 사람도 있는지 일순간 올라오는 감정을 겨우 누그려뜨리고 "사과해요"
또 다시 웃기만 했다 .
그리고 내팔을 끼며 "나가요, 나가서 얘기해요"
그렇게 끌려가서 난생처음 학교앞 학사주점이라는 곳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