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무기.

[eBook] 골든 슬럼버 ㅣ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8월

한 작가에 꽂히면, 그 작가의 책을 찾아서 한 번에 몰아 읽는 버릇이 있다.

이 작품의 저자인 이사카 코타로가 그랬다. 번역된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읽어 봤고,

모두 다 재밌었어,라고는 할 순 없었지만 대부분이 나에겐 꽤나 취향에 맞았기에 신작이 기대되는

작가 중에 하나였다.

더할 나위없이 쿨한 등장인물들과 통찰력있는 유머와 시시콜콜한 말장난. 

개연성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한 곳에서 만나며 주는 짜릿함. 그리고 그 짜릿함 이후에 지나가는 감동,

그의 작품은 나에게 이런 이미지로 남아있고, 이것이 잘 구축된 소설이 바로 이 '골든 슬럼버'가 아닐까 한다.

보진 않았지만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영화같은' 소설이다.

신경쓰지 못했던 시시콜콜한 일들이 그를 총리 암살범으로 몰아, 그는 도망자가 됐고.

그 암살범이 된 이유 이면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으며,

평범,한 그는 도망을 친다. 책에서 나온대로 열심히. 뭐든 열심히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온국가가 그를 뒤쫓고,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망한 그에게 의외의 인물들이 그를 도망치게 하는데 도움을 주며 그를 살리게 되는데.

이게 참, 재밌다.

많은 장면들 속에서도,

주인공이 버려진 자동차를 타고 도망치던 장면이 이 책 전체를 통틀어서 나에겐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었는데. 역시 리뷰를 쓰자면 스포가 될 수 있어 이야기는 삼가겠다.

다만, 이 장면에서 나는 작가가 이야기한

'신뢰'와 '습관' 이 인간의 최고 무기

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종일관 쿨한 이야기는 이 순간 가장 뜨거운 덩어리처럼 나에게 넘어들어왔다.

모두를 믿을 수 없는 순간에 주인공은 누군가를 믿어야했고,

그 믿음이 주인공을 살리는 모습은 인간 세상에 살고 있는 나에게 보내는 위안처럼 느껴져 울컥했다.

쓸모없는 것 같은 성실함이 갑자기 닥쳐온 불행에서 주인공을 구해주는 모습에는,

우리의 삶이 더 가치있어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열심히, 사는 것이 아무 소용없는 것 같은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믿는 것이, 도박과도 같은 현실에서

이 두 가지가 아직은 우리 세상을 지켜내는 것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는 달콤하고 따스하다.

아..그리하여,

세상은 아름다워졌습니다. 는 꿈꿔볼 수 없어도

그럼에도,

세상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는 꿈꿔볼 수 있는 것 같은.

나에게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