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한민국 - 변화된 미래를 위한 오래된 전통
심광현 지음 / 현실문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처럼 아주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어냐고 묻는 다면..
나같은 게으름뱅이도 '여행'이라고 답할게다.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고, 음악을 듣고..일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이런 일들이 '여행'속에서 더 그리워지는 까닭은 맘껏 여유로운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고, 힘겨운 현실을 잊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부끄럽게도 본인은 그런 여행에 대한 환상을 늘 내 나라 밖에서만 키워왔다.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이탈리아 거리라든가 밤을 밝히는 에펠탑의 불빛이라든가, 어마어마한 미술품들과 아름다운 성들.. 아니면 더 이국적이고 낯선 곳에 대한 동경과 애착은 여행 책자를 뒤지게 하고, 배낭여행 경비를 모으게 만들었다.
그런 내가, 단 한 번 한국의 빛깔에 취한 적이 있는데,
친구들과 찾아간 하동, 그 곳에서 접한 자연은...가슴이 뛰었다.
솔향이 그대로 풍겨나는 구불구불한 산 길과 그 산 길을 흐르는 발목이 얼것같던 계곡 물과, 진한 녹색빛이 너무 싱그럽던 차 밭.
...아, 아름답구나...
그렇게 처음 추상적인 '아름다운 이 강산'에 대한 이미지가 구체적인 경험이 되어서 다가왔다.

음..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비록 큰 실천이 없다해도, 그저 분별없는 감정이라 해도 이 작은 내 나라에 대한 이유없는 애정은 순간순간 놀랍게 크게 일어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에게 내 애정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말문이 막혀버릴거다.
이 책은,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를 진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지는 않았다.
전통문화와 현재까지의 한국의 여러 문화적인 측면이나 삶의 모습들을 '흥'과 '프랙탈'이라는 하나의 담론에 끌어내려는 저자의 노력과 시도는 신선했지만.. 그 주제에 맞게끔 내용을 짜맞추느라 어색해진 부분과 납득하기 힘든 정리에 의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내려고, 그러면서도 하나의 주제안에서 해결하려는 흔적은 '흥에 대한 애정' 혹은 집착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국의 전통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해해보기 위한 꼼꼼한 관찰만은 엿보인다.

앞에서 이야기한것처럼, 내가 반한 자연에 대해서 저자 심광현님은 프랙탈이라는 독특한 요소로 설명한다. 사실, 프랙탈이라하면 끊임없이 이어져있는 정사각형 상자라든가 눈송이의 무늬라든가 나뭇잎의 모양새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불규칙하면서도 안정적이고, 유연하면서도 일정한 그런 현상으로 '한국'을 이해해본다는 것이 생소하긴하지만, 새로운 한국으로 변모하려는 지금 이 시기를 따라잡으려는 작가의 의지로 생각되어 진다. 그 의지가 나처럼 생소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공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지만.
한옥의 한지 바른 문이나 붉은 악마들이 가득했던 6월의 한국의 모습을 기억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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