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말
박정애 지음 / 한겨레출판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사람이 있고, 많은 여자와 남자가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많은 기쁨과 슬픔이 있다. '물의 말'을 읽으면, 과거와 현대를 거슬러 오르며 우리가 만나는 인생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보여준다.굳이 정의내리자면 '여자의 일생'일까?인간으로 태어나면서도 여자와 남자라는 성별 구분으로 또 다시 거쳐야 하는 정체성의 탄생 과정. 그 과정중에 불합리하게 또는 아무 비판없이 받아들여지는 불평등의 구조. 이런 이야기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이 쓰여지고 있으며 그걸 또 얼마나 진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재가 다루어지는 이유는 아직은 우리 사회에 뚜렷하게 존재하는 하나의 모습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리라.하지만, 작가는 틀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 틀을 꽉 맞춘 듯 탄탄한 모양의 이야기 하나를 토해낸다.

손때 묻은 오래된 가구처럼, 사투리를 휘둘러대는 그 솜씨는 곱게 빛난다. 님이, 연이, 예지와 윤아 그리고 덕이..치열하게 삶에 임했고 다양한 모습으로 또는 다양한 소리로. 존재하는 그녀들이 얽혀서 만들어낸 이 책은..재미있지만 가슴 한편이 뻐근해지는 깊이를 담아낸다.탄생과 성장과정속에서 많은 것들의 부족함으로 자라나는 어린 것들과 홍역처럼 치뤄내는 결혼과 이혼의 과정..혹은 죽어야 했던 또는 죽는 순간들 속에서. 이들은 핍박받는 여자도 고통받는 남자도 아닌..그냥 인간일뿐이다.이런 저런 많은 소리들.
그 소리에 귀기울일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생긴다면 청승맞은 빗소리가 이제는 좀 그칠까?

과거와 현대를 되짚어내면서, 구식의 편견이라 믿어왔던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서도 그대로 보여진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 책에서 '물'은 여자로 상징된다. 물이 가진 생명의 원천이라는 이미지와 동시에 눈물이라는 이미지를 결합시켜 여자의 인생을 대변한다. 이것은 상투적이다, 신파조다라는 느낌을 연출하지만 결국에는 아직 극복되지 못한 많은 상황들이 신파와 상투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함께 증명하는 것이라고도 여겨진다. 나의 주절거림보다 많은 즐거움들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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