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 대중가요를 통해 바라본 우리 시대 이야기
이영미 지음 / 황금가지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해보면, 어느 한 시절도 음악없이 살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때부터 줄곳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동요도 부르고, 만화주제곡부터 CF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까지.. ...정말 그런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노래에 인생이 들어 있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이 책 안에는 이런 생가드을 구체화 한다.

트로트에 담겨진 절망적인 비애감이라든지, 포크송을 부르던 젊고 순수했던 시절이라든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그 때의 인생을 노래로 들려준다. 사실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트로트란 남행열차의 시끄러운 리듬감뿐이니, '비애감'까지 느끼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평론가 '이영미'씨의 노래를 통한 세월들려주기는 재미있고, 때로는 가슴이 찡~해지기도 한다. 고무줄을 하면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를 부를 때, 나와 내 친구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명랑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사를 다 읊어내려갔을 때 이 노래가 슬프고 가슴아픈 곡이라는걸 알았다.

이렇게 거슬러보는 시대 이야기란, 아직은 어리고 젊은 나에겐 거스른만큼의 시간을 덤으로 붙여준다. 우리 엄마가 이 책을 읽었다면, 그 만큼의 젊음을 돌려줄지도 모르지..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서태지'를 읽으며 이제는 내 눈에 아이에 불과한 중학생들은 그런 가수가 있었지,하고 고개를 끄덕이겠지. 웃음이 난다.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비평가다운 차갑고 매서운 소리도 낼 줄 안다. 무작정 좋아하는 맘이 아닌 한 발 밖에서 노래를 부르는 저자의 소리를 들으며, 으쓱한 기분으로 가요계를 바라보자. 건너,건너, 여기까지 오고 있는 우리 대중가요.. 그 안에는 흔할수도 있는 사랑 얘기도, 늙어가는 우리 부모얘기도, 사회를 향한 가슴앓이도, 잃어가는 순수에 대한 슬픔과 메마른 도시인의 목소리까지..인생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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