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의 몰락 - 기업의 문화 지배와 교양 문화의 종말
모리스 버만 지음, 심현식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몰락'이란 말은 불타버리는 거리를 연상케 하고, 황폐해진 도시를 떠오르게 하는 희망없는 단어다. '미국'이란 나라는 강력한 경제력과 막강한 군사력으로 세계에서 제1의 파워를 자랑하는 선진국이다.

미국이 아무리 전세계적으로 '욕을 먹는 나라'일지라도 미국이란 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는 여전히 단단하지 않은가?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이 단순한 미국 사회에 대한 불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뻔하게 다루어지는 강대국에 대한 비판은 지루하고 추상적일게 분명할거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작가의 성실성이다. 자신의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위해서 여러 분야의 책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심한 흔적.-밝히자면, 처음부터 쏟아져나오는 인용구들에 대한 반발은 있었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우리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을 딱 잘라서 '어떤 책'이다라고 정의내리기란 쉽지 않다. 경제적인 불평등, 지적 문화의 저질화, 정신 문화의 소실 등 의 주제로 다양하게 미국 문화와 사회의 여러부분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 그것도 우리가 흔히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사소한 부분들까지 들춰내면서 읽는 우리의 자존심을 심하게 상하게 하는 책이라는 점. 이정도일까?

미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만한 부분까지도 그는 가차없이 건드린다. 대단히 용감하다고 느껴진다. 다수의 입맛에 맞는 책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심장을 찔러버리는 과감성.그리고 이런 시도를 하기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비판의 정당성에 대한 설명도 무리없이 해내야한다. 사회에 만연된 심각한 불평등의 문제와 소비주의와 상업주의에 물든 교육과 저질문화를 양상해 내는 미국. 그는 미국문화가 몰락하는 원인과 그 모습을 그려낸다.

이 부분을 읽을 때가 (이런 표현이 자연스러운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처절하다고 느꼈다. 상위 20%가 사회전체의 부의 90%이상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시장 경제에서의 자유경쟁의 한계를 지적한다. 자신들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구가 태양을 돌고있는 사실조차 모르는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지함. 글쎄.. 이게 비단 미국만의 모습일까..

난 시장경제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살아남은, 성공한 사람들의 능력을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부뒤에 생계를 지켜내기 위해 급급한 사람들을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며 비난해온건 아닐까. 그들의 정당한 노동력에 대한 대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난? ..부끄럽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 저자는 대중문화를 저질문화라고 몰아 붙인다. 대중은 그저 우민화 정책으로 떠밀려다니는 의식없는 무리들에 불과하다..그의 주장을 읽다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그의 견해를 엿본다.

대중문화가 저질문화로 불릴수 있는 부분을 가졌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견해는 독선적이라고 생각된다.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그가 유치하게 생각하는 많은 영화와 베스트 셀러들이 상업주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것처럼 모두다 '우스꽝스럽지'는 않다. 난 x-file을 좋아한다. 하지만 신봉하지는 않는다. 대개의 많은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하향평준화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각각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없이 들으며,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 무지에 대한 관용 역시 개인에 대한 존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사회의 지식의 정당성과 고집을 꺽어버리는 상업주의 의식에 대한 경계부분도 새롭지는 않지만, 통쾌한 부분이었다. 미국문화의 몰락의 원인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많은 실례들은 많은 공감을 가져오는 부분이다.

미국에 대한 올바른 비판은 읽어볼만 하다. 그것이 한 쪽으로 치우친 생각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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