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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천녀 1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잔인하다. 나와 똑같은 한 인간을 비상시에 쓰기 위해 만들어내고 또 비상시가 닥쳐오면 아무런 망설임없이 '사용'해버린다는 설정도 그렇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살인과 거기에 동반된 인간의 잘려진 양심과 야수성을 들추어내보인다는 점에서도 아주 잔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아름답다. 그림이 아주 멋지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인물이 아주 매력적이다라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이 작품이 주는 흡입력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의를 그대로 가진채 칼을 드는 아키라와 냉정함으로 감싸안은 아키라와 미도리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유이와 그들을 사랑하는 미도리라는 인물에 순간적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때문이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만화를 읽다 보면 이런 느낌이 드는 작품이 있다. 아, 정말 이 작품은 만화로 만들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이 있다. '월광천녀' 역시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그림이라는 표현수단이 가지는 이점을 한껏 살린 똑똑한 작품이라고나 할까? 이 이야기는 사실 좀 생소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독창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점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은 '일본식 전설'이나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주제자체는 새로울게 없을지 몰라도, 이야기자체는 새롭다는 것이다. 또한, 열 명의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의 재주역시 멋지다.
요 근래 읽은 만화중에서는 추천해주고 싶은 만화라는 것이 나의 짧은 속견이다. 난 사실 일본만화에 대한 편견이 강한편이다. 어쩐지 스토리는 유치하고 주인공은 뻔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하지만, 월광천녀는 그런 편견속에 있는 작품은 아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인물들도 생생하고, 게다가 재미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이야기는 재미있고 이것만큼 큰 장점은 없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