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8
J.D. 샐린저 지음, 김재천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홀든은 귀엽지 않은 남자애다. 그가 늘어놓는 말들은 독설과 비평으로 가득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다. 아마도 그 욕설에 내가 익숙해져서일지도 모르지만..누구나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세계는 싫어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위선적인 면이 어느정도 용납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나는 홀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슬퍼진다. 나도 그저그런 어른인 것처럼 부끄러운 기분이 느껴져서 일거다. 그의 방황은 한 번은 거쳐야 할 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순수하기때문에 그 과정이 지나치게 마찰이 심한것일지도..

뉴욕에 와서부터 그는 겨울이 되서 호수가 얼어붙으면 오리는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청소년기에 찾아야 하는 자아 정체성의 문제. 그것은 비단 청소년에게만 속해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어른이 되어서도 길을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야 할 곳을 찾지못하는 것은 단지 나이를 먹음으로써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홀든의 이 질문에서 그가 겪고 있는 혼란스러움을 느껴본다. 흔히 잘 나가는 엘리트 친구에게 그 친구의 저질스러운 성적 취향에 대해 농담을 하는 그의 모습은 처음부터 어딘지 불안정하다.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의 친구들과 그의 선생님과 함께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확실히.

'제발 그 얼간이 짓은 그만 좀 해.' 모두들 그에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 모두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벗겨 놓는다. 세상을 향해서 던지는 그의 농담에는 답답함과 못견뎌함이 꽤 깊게 묻어나온다. 홀든의 며칠간의 방황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있다면 이 농담과 함께 그가 위선과는 어울릴 수 없는 순수함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착하고 모범생의 모습으로 서있지는 않지만, 그의 세상에 대한 냉소는 이 순수함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도 같다.

이 책을 줄거리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홀든을 이해하게 된다면, 홀든의 고민처럼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호수가 얼어 버리면 오리는 어디로 가느냐는. 그 고민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