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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1
김진 지음 / 시공사(만화) / 1998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속에서 존재했던 많은 나라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나라를 꼽으라면 고구려를 말한다. 강한 그들의 기상이 왠지 마음이 끌려서기 때문이고, 여러 나라를 막아내느라 언제나 전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게 가련해서다. 이 책은 실제 왕들을 등장시키고 전설에서 나오는 용과 주작 백호등도 함께 등장시킨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고심해야 했을텐데 이런 사실들과 전설들을 함께 어우러져있으려면 말이다.
<바람의 나라>는 유쾌함보다는 우울함을 느끼게 하며 웃음보다는 눈물을 더 많이 흘리게 한다. 왕이었기 때문에 언제나 자식을 두려워했던 유리왕이 그랬고,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스스로 죽어야 했던 큰 아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착하고 여린 무휼이 그 아버지를 따라 왕이 되어가는 모습도 두 번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무휼의 누이 세류를 볼때마다 가슴한켠이 싸하다. 그리고 연이와 호동이와 이지.. 이름을 외우지 못했지만, 큰 역사속에서 자신의 한을 가슴에 묻고 땅에 묻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서 내 기억안으로 옮겨와있다.
역사속에는, 자신의 나라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드는 사람들과 그 칼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를 만드는 동시에 한 켠에 슬픔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바람의 나라>가 진짜 사실만을 적어 놓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다. 어떤 역사책도 이런 슬픔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