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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반양장) -전16권
박경리 지음 / 솔출판사 / 1993년 6월
평점 :
절판
작은 글씨. 두꺼운 책. 16권이라는 어머어머한 분량. 과연 내가 저 책을 읽을 수 있을까하는 의심을 먼저 불러 일으키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두 달전쯤 처음 1권을 읽었을때 사실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인지 재미를 느끼기 보다는 글자읽는데 연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1권을 손에 잡았을때 '어!'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게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초반일뿐인데도 등장인물은 많고, 그 많은 인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지금 이사람은 이런 표정일테지.' '이 사람은 이렇게 생겼을거야'하는 식으로 하나하나 내 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입장에서서 그들의 심중을 헤아리는건 오랜 세월 살아온 작가의 연륜인듯도 싶다. 그래서인지 난 아직 그네들 심정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미운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고 연민이 느껴질 만큼 가여운 사람이 있는 반면 보고만 있어도 화가 나는 사람들도 있다.
<토지>에 나오는 이런 많은 사람들은 주인공 서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 자체로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진짜 삶이란것도 어찌보면 그렇지만. 각자 열심히 자기 삶안에서 살아가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삶에 얹혀서 살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읽어내려가다보니 1권을 벌써 다 읽었다. 아직 15권이나 읽을 책이 남았다는게 나를 기쁘게 한다. 줄어드는 페이지에 가슴졸여하지 않아도 아직은 많이 남은 책이 날 안심시키고 있으니까 말이다. 책이 너무 길어서 선뜻 손이 안간다면 내 글을 읽고 용기를 냈으면 하고 바란다. 이제 2권을 읽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벌어질 일들이 나쁜일이 아니어야 할텐데하는 조바심이 난다.